검찰 이르면 이번 주 조사 유력
구속 채널A 기자도 본격 조사 방침
녹취록 보도 KBS 하루 만에 사과방송
수사팀은 ‘한 건 걸리면 되지’ 대화 주목
수사 부정적 尹총장 입지 축소 불가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검찰 조사 일정이 임박했다. 먼저 구속된 채널A 이모 전 기자 측이 한 검사장과 나눈 대화 일부를 공개하면서 향후 수사 과정에서 대화 내용을 강요미수 혐의 근거로 볼 것이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조만간 한 검사장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과 변호인 측에 따르면 아직 조사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번 주 조사가 유력하다. 17일 구속된 이 전 기자는 이튿날 면담을 위해 검찰청사에 출석했고,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이 전 기자가 구속되면서 한 검사장은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법원이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피의자(이 전 기자)가 특정한 취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하여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고 밝힌 부분은 한 검사장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반대로 수사팀으로선 법원으로부터 구속 수사를 위한 혐의가 소명됐다고 인정받으면서 수사 자체의 명분과 실리를 확보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대립을 무릅쓰고서 구속영장 청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것이 무리수만은 아니었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검찰은 이른바 ‘부산 녹취록’의 내용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주요 증거라고 본다. 이 전 기자가 지난 2월 윤석열 검찰총장 현장 방문 취재차 부산에 내려갔을 때 부산고검 차장검사였던 한 검사장을 만나 대화한 내용이다. 하지만 공개된 녹취록 내용을 보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사이 실제 공모관계를 입증할 ‘스모킹 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녹취록을 공개한 것은 이 전 기자 쪽이었다. 18일 KBS가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한 것에 대한 반박 차원이었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은 모두 KBS의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반발했다. 녹취록상 실제 이 전 기자는 유시민 씨를 언급하지만, 한 검사장은 “유시민 씨가 어디에서 뭘 했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거나 “(유시민은) 관심없다.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가 오래다”라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반면 수사팀은 당시 대화에서 이 전 기자가 “제가 사실 교도소에 편지도 썼거든요”라고 한 말에 한 검사장이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답한 부분에 주목한다. 이를 두고 한 전 검사장은 ‘잘해보라’는 취지의 덕담이지, 강요의 공모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 검사장은 19일 KBS 보도 관계자와 허위 수사정보를 KBS에 제공한 수사기관 관계자, 이 기사를 악의적으로 유포한 사람들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KBS는 녹취록 보도 하루 만에 9시 뉴스를 통해 “다양한 취재를 종합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지만,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며 사과방송했다.
다만 KBS의 해당 보도와 별개로, 법원이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협박을 의심할 자료들이 있다’고 밝힌 만큼 아직 공개되지 않은 공모 입증 자료가 더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4일 예정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녹취록 전문에 대한 분석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로 윤 총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가뜩이나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이 사건 수사지휘를 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수사팀이 당초 내세운 뜻대로 수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으로선 측근인 한 검사장 수사를 막기 위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하려 하고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반대했다는 비판을 떠안게 됐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이 전 기자에 대해 법원이 혐의 소명 안됐다고 판단했다면 검언유착 자체가 성립이 안 될텐데 그 부분이 인정되면서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다”며 “대립했던 이성윤 지검장과 중앙지검 수사팀 쪽엔 더욱 명분이 생겼다”고 말했다. 안대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