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배우는 창조력, 알파고 깨우쳐

‘무적’ 알파제로 자기강화학습으로 진화

예술성 갖춘 ‘딥바흐’‘넥스트 렘브란트’ 눈길

추천 알고리즘은 내가 모르는 내 취향까지

예술 통해 기계· 인간 상호 이해의 시대도

“창조력은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의 결과로 우리 뇌 속에서 발달해 온 일종의 코드다. 인간의 창조적 표현물을 살펴보다 보면, 그 창조 과정의 밑바탕에 규칙이 있다는 것을 차차 깨닫게 된다. 우리 창조력이 알고 보면 우리가 인정하려는 것보다 더 알고리즘적이며 규칙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창조력 코드’에서)
“창조력은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의 결과로 우리 뇌 속에서 발달해 온 일종의 코드다. 인간의 창조적 표현물을 살펴보다 보면, 그 창조 과정의 밑바탕에 규칙이 있다는 것을 차차 깨닫게 된다. 우리 창조력이 알고 보면 우리가 인정하려는 것보다 더 알고리즘적이며 규칙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창조력 코드’에서)

이젠 전설이 된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이긴 알파고의 두번째 대국 제37수는 가장 창조적인 수로 통한다. 인간으로선 생각할 수 없는 경지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인공지능 작곡가 에미는 쇼팽풍 곡을 작곡하고, AI소설가 보트닉은 기계학습을 통해 ‘해리포터’팬들을 사로잡은 소설을 써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조성의 영역인 예술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프로그래밍을 넘어 독자적 의식을 갖고 진정한 창조성을 발휘하게 될까?

옥스포드대 수학과 교수인 마커스 드 사토이는 ‘창조성 코드’(북라이프)에서 알고리즘의 진화 여정을 통해 이 질문에 답해 나간다.

창조성은 인간에게도 최대 관심사다. 창조성을 자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창조력을 얻기 위해 따를 만한 규칙이 있는지, 이 비밀영역에 대한 탐색은 이어지고 있다. 저자는 창의력을 끌어내는 비법으로 깊이 파고드는 탐구, 다른 분야와의 접목, 기본 규칙 가운데 하나를 바꾸는 변혁적 방법과 실패 받아들이기 등을 제시하는데, 가령 알파고는 실패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코드에 기반한 알고리즘으로 기계가 절대 마스터할 수 없다고 믿었던 게임에서 승리했다. ‘창조력 코드’를 만드는 게 어느정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저자는 우선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이해를 위해 현대생활 속에 숨어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의 흥미로운 이면을 보여준다. 구글 검색 엔진의 기본원리는 관계망에 기반하는데, 바로 검색상위 노출을 결정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매개변수들도 있어 강력한 구글 알고리즘을 악용하기란 힘들다. 흥미로운 사례 중 하나는 두 수학자가 구글식 관계망을 월드컵에 활용, 세계 축구팀을 분석한 결과다. 가령 한 경기에서 선수들이 주고 받은 전체 패스를 하나의 관계망으로 파악, 패스를 신뢰도· 중요도로 인식하는 것이다. 두 수학자는 2010년 월드컵 때 피파가 공개한 패스 자료를 사용, 어느 선수의 신뢰도 순위가 가장 높은지 알아본 결과, 잉글랜드 경기에서 스티븐 제라드와 프랭크 램파드가 다른 선수보다 현저히 높은 위치에 있다는 걸 알아냈다. 이는 공이 이 두명의 미드필더를 거쳐 갈 때가 아주 많다는 사실이며 이 둘을 경기에서 빼버리면 잉글랜드는 무너질 것이란 예측이다.아닌 게 아니라 그 해 잉글랜드는 그닥 힘을 쓰지 못했다. 이는 리처드 마틴의 원작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도 적용이 가능한데, 수많은 영웅들이 가차 없이 죽어나가는 과정에서 누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지 관계망 분석을 통해 예측이 가능하다.

얼마전까지 알고리즘은 입력한 것 이상을 뽑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져왔으나 최근 새로운 알고리은 그 이상이다. 바로 데이터와 상호작용하면서 적응하고 변화할 수 있는 딥러닝 알고리즘이다. 이는 엄청난 데이터 덕에 가능해졌다.

저자는 새로운 딥러닝 알고리즘이 어떻게 스스로 학습하고 개선해나가는지 마이크로소프트 케임브리지 연구소에서 접한 추천 알고리즘을 소개하는데, 200편의 영화 중에서 호감과 비호감을 분리해나가면서 알고리즘이 실패에서 어떻게 배우면서 매개변수까지 바꿔나가는지 설명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추천 알고리즘이 취향과 관련, 내가 잘 모르는 것까지 읽어낸다는 점이다. 어떤 특정 영화를 좋아한다고 할 때 그 이유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건 그런 특정 취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매개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인데, 컴퓨터 코드는 우리가 직감하기는 하지만 표현하지는 못하는 우리의 취향적 특징들을 식별해낸다는 사실이다.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통한 학습에서 한발 나가 자가강화학습을 통해 진화하고 있다. 알파고를 만든 딥 마인드팀은 ‘타블라 라사’라는 자기강화학습을 통해 알파고에 백전백승을 거둔 천하무적 알파제로를 만들어냈다. 이를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 만드는 게 이들의 목표다.

책은 지능형 알고리즘의 다양한 사례들 만으로도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바흐의 코랄 389곡을 분석, 화성법을 알고리즘화한 ‘딥바흐’, 연주자가 어떤 악구를 연주하면, 그런 악구를 통계적으로 분석, 즉각 같은 스타일로 라이브 연주하는 ‘컨티뉴에이티’, 렘브란트의 작품 346점을 18개월간 데이터처리하고 500시간 렌더링을 거쳐 선보인 ‘넥스트 렘브란트’ 등은 예술성이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수학자동기계 가능성도 점치는데, 미해결 수학적 난제를 풀 날도 멀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저자는 수학적 지식과 음악, 미술, 문학을 넘나들며 알고리즘이 활약하고 있는 현장을 보고하는데, 알고리즘이 창조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그의 솔직한 고백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두 가지 상태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 얼마동안은 알고리즘이 인간의 작화, 작곡, 작문 수준에 근접하기란 절대 불가능하다고 확신했지만, 또 얼마동안은 예술가의 결정이란 모두 주변 세상에 대한 몸의 알고리즘적 반응에서 어느 정도 비롯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기계가 인간 코드의 반응만큼 다채롭고 복잡한 알고리즘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일까?”

그러면서 저자는 의식이 있는 기계의 출현 가능성을 내비친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의식과 사뭇 다를 것이라며, “기계는 자신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어할 것인데, 바로 그 때 창조적 예술이 진가를 발휘해 기계와 인간이 서로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창조력 코드/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박유진 옮김/북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