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의 확산·진정 여부와 관계없이 금융 부문은 빠르게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회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관측들이 많다. 사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은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극강의 방어력으로 하루 확진자 수를 100명 미만으로 묶어 두고 있지만, 글로벌 바이러스는 개별 국가의 방역 능력을 언제든 무력화할 수 있다.
경제에서 코로나 이전 상태로의 회귀는 긴급지원의 중단을 의미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미 지난달 ‘코로나 출구전략’을 언급했다. 코로나 이후 정상화 과정에선 경제 주체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정상화의 시기와 속도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 발언의 요지는 은행권에는 ‘돈 받을 준비’를, 돈을 빌려간 이들에게는 ‘돈 갚을 준비’를 해달라는 주문이다. 올해 3월부터 코로나 사태로 어려워진 가계와 기업들 지원에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란 주문을 내던 것과는 결이 달라졌다.
금융감독원이 금융사들에 대한 종합검사를 재개키로 한 것도 코로나와 함께 사는 방편의 일환이다. 애초 금감원은 코로나 대응 단계가 ‘심각’에서 주의나 경계로 하향될 경우에 종합검사를 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극적인 위기 상황은 지나갔고 이제는 코로나 때문에 필요 업무를 하지 않아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종합검사에 나선 원인 중 하나는 금감원을 대상으로 한 감사원 감사 실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감사원도 금감원 감사를 하는데, 금감원이 종합검사를 나가지 않을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 설명의 요지다.
금융 부문 가운데 코로나 사태에서 가장 빠르게 정상화의 길로 들어선 것은 사실 증시다. 코스피 지수가 1400대로 추락하자 내놨던 ‘증권시장안정펀드’는 운용 시작일인 지난 4월 9일 이후 단 한 푼도 사용되지 못했다. 증시는 경기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데 코로나 사태 초기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만큼 이후엔 가장 빨리 안정화된 곳이 증시다. 여기엔 공매도 금지 등 각종 증시 부양책이란 심리적 효과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40조원 규모로 확정된 기간산업안정기금도 쓸 곳을 넓혀야 할 만큼 수요가 적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돈이 필요한 곳에는 필요한 만큼의 자금 공급이 이뤄졌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지난 5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2%로 4월 말 대비 0.02%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24%로 한 달 전 대비 0.03%포인트만이 올랐다. 연체율만 놓고 봤을 땐 코로나 영향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올 연말 각 금융 부문의 실적 악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원인은 대출의 부실비율은 돈을 빌려간 주체들의 상황이 나빠진 뒤에야 확인되는 후행적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앞으로 한국인들은 코로나와 함께 사는 방법을 터득하거나 알게 될 것이다. 금융 부문 역시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빠르게 배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