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최근 21대 국회가 발의한, 주목할 만한 법안으로 유통 대기업 관련 규제 법안을 지목했다. 법무 법인 내 입법전략센터가 21대 국회 개원 한 달을 맞아 국회의원들이 1호로 발의한 법안 1500여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유통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및 근로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법안이 다수였기 때문이다. 보통 국회 개원과 함께 제출한 1호 법안은 해당 의원이 향후 주력할 의제를 상징한다. 따라서 국회 일정이나 당내 사정 등으로 1호 법안을 올해 통과시키지 못하더라도 임기 4년 내 지속적으로 법률 상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대륙아주 입법전략센터에서 고문을 맡은 이승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대형 마트, 복합쇼핑몰 등을 운영 중인 유통 대기업들은 국회 입법 동향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적극적으로 입법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실 당사자인 유통업계도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여의도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20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개원과 함께 각종 유통 규제가 담긴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규제 대상도 오프라인 유통업체뿐 아니라 최근 업계에서 야심차게 투자 중인 온라인몰로 확대하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어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실제로 21대 국회에 발의된 유통규제 관련 법안은 총 12개다. 이중 절반 가량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으로, 대형마트에 국한됐던 의무휴업 및 심야영업 제한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계열회사 및 그외 일정면적 이상 쇼핑몰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복합쇼핑몰, 백화점, 아울렛, 면세점, 전문점 등 전 오프라인 매장이 규제 대상이 되는 셈이다. 신규 출점도 필요한 행정 절차를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는 등 출점 제한이 더욱 강화되는 방안도 포함됐다.

유통업계가 가장 경계하는 법안은 바로 21대 국회 때 새로 등장한 온라인몰 규제 입법이다. 발의 법안 중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은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인 대규모 유통업자는 온라인몰에서도 자사거래 우선배송 강요나 온라인몰 입점 거부 등 불공정 거래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온라인몰도 오프라인 매장과 같은 방식으로 규제하는 법률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의무휴업일의 온라인판인 ‘클릭방지법’까지 조만간 등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의석 180석을 차지한 ‘거여(巨與)’가 산자위에 이어 법사위까지 위원장 자리를 거머쥔 상황에서 쏟아내는 규제 법안은 현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유통 규제가 시작된 10년 전에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전통 상권을 침해하는 타도 대상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소상공인 및 농축어민들과 상생을 도모하는 등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는 유통업계의 원활한 물류체계 덕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필품 대란이 없는 나라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미 대형 유통업체들은 온라인 쏠림으로 대변되는 산업구조 변혁의 흐름 탓에 과거의 영광이 빛을 바랜 상태다. 지원까지 바라진 않더라도, 과거와 같은 규제 프레임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