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충전기 1대당 전기차 30대 꼴
주유소 작년부터 충전기 본격 설치
여유공간 확보·자영 업주 설득 어려움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올 들어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가 10만대를 넘어서며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 보급은 여전히 더딘 모습이다.
12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자료를 종합하면 전기차 등록대수는 올해 5월 10만6099대를 기록했다. 지난 2011년 338대로 집계된 데 이어 2016년 1만대를 돌파한 이후 4년 만에 10만대를 넘어서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같은 기간 급속충전기는 33기(2011년)→491기(2016년)→3464기(2020년 6월)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급속충전기 1기당 전기차 대수는 30대 수준으로, 여전히 전기차 보급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모델마다 차이가 있지만 급속충전기로 자동차 한 대를 완전히 충전하는 데 약 1시간이 걸리는 반면 완속충전기로는 8~9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여전히 완속충전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급속충전기 보급 확대가 전기차 시대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작년부터 정유사들은 주유소 부지 한 켠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며 본격적으로 전기차 충전 사업에 나섰다.
SK에너지는 지난해 9월 주유소 10곳에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 전국 주유소 37곳에 충전기를 두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시내 주유소 7곳에 충전기를 설치한 GS칼텍스도 현재 전국 44개 주유소에 충전기를 갖추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7월 전기차 충전기 운영업체인 차지인 등과 ‘하이브리드 스테이션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기차 충전 사업에 진출했다. 최근 인수한 SK네트웍스의 전기차 충전소 15곳을 포함해 자사 주유소 19곳에서 충전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정유사들이 이처럼 최근 1년새 전기차 충전시설을 확충하고 있지만 전국 약 1만1400곳에 달하는 주유소 중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곳은 100여곳에 불과하다. 향후 전기차 충전시설을 계속 늘려가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유소 내 여유 공간을 확보하는 것부터 녹록지 않은 데다 자영주유소 업주들을 설득하는 것도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확충하기 위해선 결국 직영을 넘어 자영주유소에도 설치해야 하는데 유휴 부지를 다른 상업시설로 활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충전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차량들이 장시간 대기할 수밖에 없는데 대기 차량을 수용할 부지도 그만큼 넉넉히 갖춰야 하고, 대기 고객들을 위한 부대 서비스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형마트와 호텔, 주상복합 시설을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시설 보급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바로 옆 대형마트에 전기차 충전기가 있다면 주유소 입장에서도 굳이 충전기를 추가 설치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