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조 伊마피아 채권 풀려
초저금리로 투자자 자금 곳곳서 유입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이탈리아 범죄조직(마피아)이 세운 유령회사가 발행한 채권이 지난 4년 사이 10억 유로(약 1조 3500억 원) 규모로 풀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7일(현지시간)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유럽 최대 상업은행 중 하나인 방카제네랄리 등이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마피아인 ‘드랑게타’(Ndrangheta)의 유령회사들이 발행한 사모사채를 사들였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연기금과 헤지펀드, 가족운영 펀드사들이 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저금리로 고수익 채권을 찾으면서 마피아 조직의 채권까지 사들인 것이다.
드랑게타가 발해한 사모사채는 이탈리아 의료업체들이 자국 보건당국을 상대로 송부한 미납 결제명세서·송장(invoice)들을 기초자산으로 둔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연합(EU)법에 따르면 당국이 기한을 지키지 않고 미납한 결제명세서를 처리하려면 이에 대한 벌금으로 부과되는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FT는 대부분의 자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일부 채권은 드랑게타와 유사한 범죄조직의 자금세탁을 목적으로 사용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한 기관투자자가 구매한 채권에는 칼라브리아의 범죄조직이 구성한 난민캠프가 파는 자산을 끼고 있었다.
사모채 거래는 신용평가사의 평가나 금융거래소의 감시·감독을 피해갈 수 있다. 방카제네랄리는 관련 채권이 마피아와 연계된 줄 몰랐으며, 은행 고객을 위해 중계자를 통해 채권을 매입했다고 FT에 밝혔다.
회계법인 언스트영(EY)이 제공한 컨설팅 서비스의 거래내역서에 따르면 드랑게타 유령회사들의 사모채는 지난 2015~2019년 10억 유료(약 1조 3500억 원)이 국제시장에서 풀렸다. 유럽형사경찰기구(유로폴)에 따르면 드랑게타의 매년 범죄수익은 440억 유로(약 59조 3600억 원)에 달한다.
드랑게타는 최근 20년 동안 기업형 코카인 밀매, 돈세탁, 무기 밀거래를 통해 부를 축적한 이탈리아 범죄조직이다. 하나의 중앙 조직 밑에 하위파를 구성한 기존 마피아 구조와 달리 드랑게타는 수백개의 독립적 파벌로 구성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