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층간소음 접수 건수 작년보다 늘어
층간소음 유발템 ↔ 방어템 매출 증가
“빅마마의 체념을 그렇게 부르더라고요. 고음도 안 올라가면서.”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전은주(32·가명) 씨는 최근 밤마다 노래를 불러대는 이웃을 경찰에 신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노래방에 못 갔겠거니 싶어 참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이웃이었다.
경기도 파주시에 사는 신윤주(28·가명) 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블루투스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는 러시아인 이웃에게 5월 한 달간 시달렸다. 신씨는 “밤 10시가 되면 귀신같이 케이팝(K-POP)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결국 참다못한 신씨는 이웃집 문을 두드렸다. 신씨는 “밖에 못 나가 답답했다고 하는데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론 화가 났다”며 “외출 줄어든 건 나도 마찬가지인데…”라고 하소연했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라는 불청객이 한국을 찾아온 지도 5개월을 훌쩍 넘겼다. 사태가 길어지면서 코로나는 이웃 사이마저 갈라놓고 있다. ‘집콕’ 기간이 길어져 이웃끼리 부대끼는 시간이 늘면서 층간소음도 자연스레 늘고 있기 때문이다.
1~5월 층간소음 접수 건수, 전년 대비 48% 급증
층간소음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와 올 1~5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현장진단 건수를 살펴본 결과, 올해 1~5월 현장진단 건수가 작년 동기 대비 48.12%(1797건) 급증했다.
현장진단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서 직접 현장을 방문해 양쪽 세대주를 만나 소음을 측정하고 상담을 진행하는 서비스다.
지난해에는 변화 폭이 크지 않았다. 접수 건수는 1월 961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달은 모두 800건 미만이었다. 3월 687건, 4원 661건, 5월 657건으로 석 달 연속 600건대를 기록했다. 또한 접수는 시간이 갈수록 줄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1월 접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었지만 2~5월은 많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짙어진 2월과 3월에는 크게 증가했다. 3월에는 전년 동기 687건보다 배 이상 많은 1458건의 현장진단이 접수됐다. 4월부터 접수가 다소 줄었는데도 4월 1228건, 5월 951건이 접수됐다. 여전히 전년 동기보다 많다.
3월까지 현장진단 접수가 급증한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오래 머물면서 쌓인 무료함과 스트레스 해소가 주 요인을 꼽혔다. 즉 ‘집콕’에서 온 스트레스를 ‘집콕’하며 해소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마이크와 각종 음향기기를 구입해 노래를 했고, 운동기구를 사서 홈트레이닝을 즐겼다.
3월 이후부터 코로나19 확산이 줄고 날이 풀리며 집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면서 층간소음 갈등도 자연스레 줄었다.
하지만 최근 또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올여름 무더위도 예고된 만큼 층간소음을 둘러싼 갈등이 늘어날 가능성은 앞으로 얼마든지 있다.
소음 유발템도, 방어템도 마구 지르는 ‘집콕 라이프’
이런 변화는 사람들의 구매 패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실제로 층간소음을 일으킬 만한 ‘유발템’과 소리나 진동을 막을 수 있는 ‘방어템’ 매출 신장률이 동시에 뛰었다. 30일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5월 16일~6월 15일) 동안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생활용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뛰었다. 이와 더불어 층간소음을 막을 수 있는 제품 매출도 동반 상승했다.
구체적으로는 노래방 관련 상품들의 매출이 전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블루투스 마이크 매출은 99%, 노래반주기는 85%, 그리고 특수조명은 102% 늘었다. 블루투스 스피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24% 늘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골프 스윙연습용품도 60% 더 구매했다.
동시에 층간소음을 막을 수 있는 제품 매출도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방음·흡음벽지는 163% 매출 신장률을 보였으며, 방음·방진재 매출도 132% 늘었다. 발소리를 줄일 수 있는 카펫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57% 뛰었다.
이런 ‘방어템’ 매출 증가에는 불완전한 아파트 시공도 원인으로 꼽힌다. 층간소음뿐 아니라 이웃 간 일상소음도 늘면서 방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진 것이다. 소음을 제대로 막지 못하는 일부 아파트 문제는 꾸준히 있었다. 지난 9일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시공 이후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사후 확인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Q. 어떤 소리가 층간소음이죠?
사람마다 느끼는 층간소음 정의는 다를 텐데요. 층간소음의 법적 정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소음·진동관리법’ 제21조 및 ‘주택법’ 제44조에서 규정하는 아파트 층간소음은 ▷아이들이 뛰는 소리 ▷문을 닫는 소리 ▷애완견이 짖는 소리 ▷화장실과 부엌에서 물을 내리는 소리 등입니다.
감이 잘 안 오나요?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 정한 층간소음 피해 기준은 ‘낮 40㏈, 밤 30㏈ 이상’인데요. 보통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20㏈, 조용한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40~50㏈ 정도라고 하니, 생각보다 층간소음의 범위는 넓은 편입니다.
Q. 층간소음을 신고하고 싶어요. 어디에 하면 되나요?
A. 층간소음을 둘러싼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해주는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입니다. 해당 센터에서 상담받고 중재 요청을 할 수 있는데요. 소음을 듣는 세대와 유발하는 세대 양쪽과 상담을 진행했는데도 해결이 안 되는 경우 해당 센터가 현장진단에 나서기도 합니다.
헤븐팀이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측에 상담 절차를 문의해봤습니다.
Q. 상담 신청 절차를 알고 싶어요
센터는 관리 주체에 연락해 “상담 요청이 들어왔으니 서류를 준비해서 신청해주세요”라고 전달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관리 주체는 아파트 관리상담소 같은 곳입니다. 신청 세대와 소음을 유발하는 세대(상대 세대)의 상담 동의 여부, 둘 사이 상담을 진행했다는 자료 등을 준비해 센터에 상담 및 현장진단을 신청합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관리 주체가 신청하는 것입니다. 만약 관리 주체가 없다면 상대 세대에게 센터가 직접 동의 여부를 묻습니다.
그 뒤에는 상담을 위해 소음이 얼마나 큰지 측정합니다.
Q. 소음 측정방법은요? 현장진단이나 소음 측정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일단 동의를 안 하는 상대 세대에게 동의를 구하는 우편을 세 번 정도 보냅니다. 그런데도 동의를 안 하거나 관리사무소 등을 통해서도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다면 신청 세대와만 일정을 조율해 소음을 측정합니다.
다만 상대 세대가 상담을 거부했으니, 측정 결과를 갖고 상담을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Q. 상담이나 측정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나요?
A. 종종 있습니다.
Q. 소음 측정자료는 법적 효력이 있나요?
A. 없습니다. 보고서 드릴 때도 법적으로 쓰일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수치를 갖고 관리사무소 통해서 원활히 갈등을 해결했으면 하는 의미에서 수치를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Q. 윗집이 아닌 경우도 있나요?
A. 벽을 타고 소음이 흐르다 보니까 위층에서 소음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신청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꼭 위층에서 나는 소음이라고 말씀드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측정기기에 소음의 근원지가 어딘지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은 없습니다. 데시벨 값만 나옵니다.
상담 나갔을 때 “위층이 집을 비웠는데도 위에서 소음이 났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에서 나는 것처럼 들리는 경우가 있는데 건물 구조상 대각선 층에서 나는 소음도 많이 듣고 계신 것 같습니다.
※공동주택 층간 소음 현장진단 서비스는 국가소음정보시스템(http://www.noiseinfo.or.kr) 혹은 이웃사이센터 콜센터(1661-2642)를 통해 받을 수 있습니다.
김빛나·박재석 기자
binn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