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수사심의위, 기소 분수령

평택 대대적 시설 투자 등 위기

반도체 암운…국가경제 큰 타격

지난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미래전략과 사업장 환경안전 로드맵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반도체 연구소를 찾은 모습. [삼성전자 제공]
지난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미래전략과 사업장 환경안전 로드맵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반도체 연구소를 찾은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소 위기에 처하면서 삼성의 핵심 주력 산업인 반도체 사업에 적색등이 켜졌다. 반도체가 본격적인 회복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133조원에 달하는 미래 반도체 투자의 실행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운명의 한 주’를 맞은 삼성전자의 미래는 오는 26일 이 부회장의 기소 타당성을 논의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최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미·중 무역분쟁 격화, 한·일 갈등 심화 등 대외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D램 현물가격의 두 달 연속 하락과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리스크마저 고조되면서 산업계가 초긴장하고 있다. 특히 삼성을 포함한 경제계 전반이 ‘시계 제로’인 상황이어서 자칫 한국 1위 기업 총수의 공백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이 부회장이 기소를 피하지 못하면 삼성의 경영 차질은 물론 경제 전반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은 한국 사회에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드는 기업으로,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며 “삼성이 수사심의위 요청을 하는 등 절박하게 나선 배경에는 경영에 실질적으로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 19일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가혹한 위기 상황”이라며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 시간이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위기 의식의 발로라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 재계 1위 삼성은 ‘복합 위기’에 처해 있다.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인해 이미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믿었던 반도체 업황마저 하반기 암운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는 D램(DDR4 8Gb 기준) 현물가격은 두 달 반 이상 하락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9일 D램 현물가격은 2.85달러로, 전고점 대비 21.6% 빠졌다. 현물가격 하락은 고정거래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계는 산업의 전환기에 재계 1위 기업의 총수 공백 리스크가 재연될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할 수 있지만 총수 공백이 현실화할 경우 이 부회장을 구심점으로 돌아가는 비상경영체제와 대규모 인수합병, 시설투자, 미래 전략 결정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부회장의 역할론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달성을 공언한 ‘반도체 비전 2030’과,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를 돌파하기 위한 글로벌 네트워킹 강화, 대대적인 반도체 투자 결정 등에서 증명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에 몸 담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사법 리스크가 경영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라며 “삼성 경영진이 기소된다면 업무는커녕 재판만 받다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기소가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까지도 제기한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주가가 하락해 최소 7억7000만달러(약 9300억원)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검찰이 엘리엇을 지원하고 있다”며 “나중에 손해배상 재판서 엘리엇에 유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