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복지 통폐합으로는 1인당 월 11만원 지급 가능
소득세율 10% 올리면 월 21만원도 가능
로봇세·국토보유세, 규모 미미할 수 밖에 없어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기존 복지제도를 통폐합하고 세금을 더 거둬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자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필요한 재원 규모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에서도 실현 불가능한 얘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가 2018년 발표한 논문 '세금-편익 모형을 이용한 기본소득 모의실험'에 따르면 기본소득으로 대체할 수 있는 현금급여는 약 14조5000억원(2014년 기준)으로 집계됐다.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근로장려금, 기초노령연금 등을 모두 없애면 1인당 월 2만3000원씩 지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현행 소득세법상 허용되는 근로소득공제, 인적공제 등까지 폐지하면 월 11만7000원의 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줄 수 있다. 여기까지가 추가적인 증세 없이 지급가능한 최대 기본소득 수준이다.
만약 소득세율을 10% 올리는 식의 증세를 단행한다면 1인당 월 21만300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줄 수 있다.
현존하는 복지 관련 현금급여와 조세지출을 통폐합하고, 증세를 하더라도 유의미한 금액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없는 셈이다. '기본용돈'에 불과하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추계로는 월 30만∼50만원의 기본소득을 주려면 186조~309조원이 필요하다. 극단적으로 보면 올해 본예산(512조3000억원)의 35.2%를 차지하는 보건·복지·고용 부문 예산 180조5000억원을 모두 기본소득에 쏟아부어야 가능한 규모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존 복지제도를 그대로 두고 시행 첫 해 월 1만6000원으로 시작해 점차 월 4만원으로 올린 후 궁극적으로 증세를 통해 월 50만원까지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결국 용돈을 넘어 기본소득이라고 부를 만큼 지급 금액을 키우려면 대규모 증세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증세에는 큰 부작용이 뒤따른다. 최 교수는 "평균세율이 높을수록 노동시장 밖에 있던 개인이 다시 일을 시작할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며 "게다가 고소득층의 경우 다른 계층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사회전체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저소득층에 비해 이들의 노동공급의욕의 감소로 인한 비용이 보다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국민들이 기본소득에 반대한 이유는 지금보다 세금을 최소 두세 배 더 내야하는 데다 현재의 사회복지제도 중 상당부분은 사라져 버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본소득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 지사는 로봇세, 데이터세, 국토보유세 등 새로운 영역에서 세금을 거두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당 규모의 세수는 보편세로 분류되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을 통해 조달된다. 시대 변화에 따른 세목 신설은 필요하지만 기본소득에 쓰기엔 충분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