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그야말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뒤흔든 해다. BC(코로나19 이전)와 AC(코로나19 이후)의 본래 개념이 바뀌었다고 할 정도로, 코로나19는 경제적·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법원도 코로나19의 충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일반국민이 겪는 사회적(생활 속) 거리두기로 모임 취소 등은 물론 재판 연기 또는 취소하거나 화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법원에서 코로나19로 바빠진 곳은 서울회생법원을 비롯한 각 법원의 도산사건 담당판사들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이나 개인이 도산 신청을 고려하거나 실제 사건 접수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을 보자. 기업이 코로나19로 인해 느끼는 불안감이나 충격만큼 아직은 사건이 대폭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는 않다. 도산사건 접수는 후행지수라는 특성 때문이다. 특이하다면 회생사건보다 파산사건의 증가세가 뚜렷하다는 정도다. 폭풍 전야처럼 아직은 사건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지는 않지만, 작은 징조들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도산사건의 트렌드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지난해와 다른 유형의 사건들이 접수되고 있다.

올 들어 여행·숙박·의류 등의 업종에 대한 회생 및 파산 신청이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및 국내여행이 취소나 연기되고, 그로 인해 호텔·여관 등의 숙박업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의류업종의 경우에도 봄이지만 코로나19로 나들이가 줄어들어 매출이 생각보다 늘지 않자 법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업종들이 법원에서 회생을 시도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매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신규 자금 투입은 물론 인수자를 물색하기도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외여행 제한과 관련해 눈에 띄는 기업 중 하나가 자동차 시트를 납품하는 A업체다. 베트남에서 버스를 생산하는 공장에 시트를 납품하는 회사인데, 코로나19로 베트남 관광여행이 없다 보니 매월 100~150대 이상 팔리던 버스가 20대 정도밖에 팔리지 않아 발주가 끊겨 결국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안경·선글라스업종도 코로나19의 영향권에 있다는 것은 의외였다. B업체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수입해 국내 면세점이나 백화점에 납품·판매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외출이 줄고 해외관광객, 특히 중국관광객이 대폭 줄어들면서 결국 회생 절차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을 보자. 코로나19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기업들은 대부분 일용직·계약직 근무자들이 많은 곳이다. 그러다 보니 해고나 휴직 상황에 놓인 근로자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자영업자, 특히 음식업을 운영하는 분들이 일시적으로 휴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종업원들의 수입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로 개인회생사건이나 개인파산사건은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는 진행 중인 개인회생 절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3년간 변제계획을 작성해 진행 중인 개인이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이나 수입 감소로 정상적인 변제가 어렵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변제 완료 후 면책을 통한 새로운 출발이라는 개인회생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이에 서울회생법원은 선제적으로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 코로나19로 변제계획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경우 일정 기간 개인회생 절차를 폐지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19는 법원에 접수되는 도산사건의 트렌드를 바꾸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무 운영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는 도산 절차가 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따라 소명을 달리한다는 본질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변혁의 시대에 도산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의 역할도 그것에 맞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