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리스크 적극 반영
금리·대출한도 등 다시 조정
서울 서초구에 있는 A시중은행 영업점은 지난 3월 이후 15개 거래기업(외부감사 기업)을 대상으로 자체 신용평가를 진행했다. 단 2곳을 제외한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나빠졌다. 영업이익이 떨어졌거나, 부채비율이 치솟은 식이다.
이 영업점 관계자는 “(실적이) 많이 떨어졌냐 적게 떨어졌냐의 차이일 뿐”이라며 “관계가 좋은 거래처더라도 올해 평가에선 코로나19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다음달까지 거래기업을 대상으로 신용평가를 진행한다. 은행별로 수백여곳에 달한다. 사업보고서 제출 시즌인 매년 이맘때 진행하는 연례행사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무게감이 다르다. 기본적으론 작년 재무제표가 핵심 평가자료지만 올해는 1분기 실적까지 비중있게 들여다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때의 결과를 토대로 향후 1년 간 적용될 법인고객의 신용등급과 금리나 대출한도 등을 새로 매긴다”며 “올해는 등급이 떨어지거나 겨우 작년 수준을 유지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통상 재무적-비재무적 평가를 종합해 최종 등급을 매긴다. 1차로는 재무제표 등 숫자로 드러나는 자료를 자체 평가모델에 입력해 재무등급을 산출한다. 외부감사를 거친 전년도 말 사업보고서가 핵심 자료가 된다.
이후에는 담당 기업금융전담역(RM)의 정성적 평가를 덧붙인다. 사업보고서 기준 시점과 평가 시점 사이의 격차(3~4개월)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영업점 담당자는 거래 기업체를 방문해 올해 사업전망이나 기회·리스크 요인 등도 청취한다.
그 결과 일선 RM이 어느 기업이 올해 매출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본점 심사부서에 등급 상향 의견을 제시한다. 심사역이 현장 RM의 판단을 받아들이면 등급이 오르는 기업도 나온다.
올해는 코로나 리스크가 변수다. 전체 평가에서 60~70%를 차지하는 재무적평가 비중을 올해는 낮추고, 정성적 평가를 확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거래 은행에 “올해는 작년 실적만 봐달라”며 읍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시중은행 기업담당 팀장은 “코로나19가 전업종에 영향을 주다보니 심사역에 (거래업체 등급 상향을) 주장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