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대원 폭행피해 수 161건

90% 주취…봄·금요일·자정 최다

내년부터 구급차에도 신고비상벨

#1. 한 지하철역 출구 편의점 앞에 남자가 쓰러져 있고 머리에서 피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119구급대원은 현장에 도착해 경찰과 함께 환자를 제압한 뒤 얼굴의 상처를 확인하려는 순간 환자로부터 수 차례 발길질을 당했다. 음주상태였던 그는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2. 상가 치킨 음식점에서 여성 환자가 숨 쉬기 힘들어한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 출동한 또 다른 119구급대원은 환자의 과호흡 증상을 확인하고 응급처치 중 남자 일행으로부터 아무 이유없이 멱살을 잡혔다. 이 남성이 흔들고 밀치면서 구급대원은 바닥으로 넘어지며 부상을 입었다.

두 사례는 실제 최근 서울에서 밤 중에 119구급대원이 주취자에게 폭행당한 사건이다. 시민을 구하러 간 구급대원이 되려 맞아 부상 당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14일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17~2019년에 구급대원 폭행 피해는 모두 161건이 발생했다. 2017년 38건, 2018년 65건, 2019년 58건 등으로 지난해에도 전년대비 크게 줄지 않았다.

전체 161건 중 89.4%인 144명은 가해자가 음주상태인 주취폭력으로 나타났다. 주취자 비율은 2017년 92.1%(35건), 2018년 86.2%(56건), 2019년 91.4%(53건) 등으로 지난해 더 높아졌다. 폭행장소는 출동현장(60.8%)이 가장 많지만, 구급차(29.8%), 병원(9.3%)도 적지 않았다.

계절별로는 봄(26.7%), 가을(25.5%), 겨울(24.8%), 여름(23.0%) 순이다. 월별로는 4월과 8월이 각각 12.4%로 가장 많았으며, 7월이 3.7%로 가장 적었다.

요일별로는 금(21.1%), 화(16.7%), 토(15.5%), 일요일(14.9%) 순이었으며, 금~일요일 주말 사흘간이 51.5%로 절반을 넘었다. 시간대별로는 오후10시~자정(17.4%)에 가장 많았다. 오후6시~자정으로 시간대를 넓히면 39.8%, 자정~다음날 오전6시대가 34.2%등으로 74%가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 사이에 발생했다.

폭행 증거확보에는 웨어러블 캠(62.7%)이 가장 많이 쓰였으며, 구급차 폐쇄회로TV(32.3%)가 그 다음이었다. 피해를 입은 구급대원 200명 가량이며 이 가운데 55.5%는 전치 2주 미만의 부상이었다. 3주 이상 부상자도 8%(16명)였다. 공상처리(산재처리)는 6명(3.0%)로 적었다.

가해자에 대한 처분 결과는 벌금(44.7%), 집행유예(19.9%), 기소유예(5.6%) 등 대부분 가볍게 넘어갔다. 수사·재판 중인 건이 23.6%(38건), 실형이 3건이다. 하지만 형법 상 공무집행방해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 소방기본법 상 소방활동방해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소방당국은 구급차 내 폭행을 막기위해 올해부터 제작하는 119구급차에 자동 경고·신고장치를 의무 장착한다. 환자실에서 소란이 발생해도 싸이렌 소리와 격벽 때문에 운전자가 상황을 모르지 않도록, 운전실에도 경고등을 설치한다. 환자실에서 비상버튼을 누르면 1차로 경고방송을 내보내고, 운전석 경고등이 깜박거리면서 운전자도 상황을 알아채 운전을 멈출 수 있다. 경고방송에도 수습되지 않으면 자동신고버튼을 눌러 119·112상황실로 자동 신고하는 방식이다.

내년까지 광역지자체는 3년 이하 기존 구급차량 1586대에 이 장치를 설치한다.

상습 주취자, 폭행 경력자에 대해 더 조심하도록 119긴급구조표준시스템에 등록 관리한다. 올해 4월 말 현재 54명이 상습주취, 폭행경력자로 등록돼 있다.

시 소방재난본부 측은 폭행 피해 구급대원 지원 대책과 관련해 “검사·진단비, 특별휴가, 상담 치료 등을 지원하고, 선처를 호소하거나 합의를 종용하는 폭행 가해자나 그 가족, 지인과의 만남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대리인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