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여당 기부 선언 속 재계도 기부 동참행렬
행정부, 지자체 등 관계 기부 캠페인 동참 잇따를 듯
11일부터 신청접수중…개인 기부자도 속속 등장
일각 ‘관제기부’ 논란…“자발성 투명성 갖춰야 지속”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 기부문화가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를 맞고 있다. 바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기부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정계와 재계, 관계, 개인참여자 등 사회 각계에서 재난지원금을 기부하겠다는 움직임이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이 기부문화 확산에 불을 당기고 있는 셈이다.
재난지원금 기부에 불씨를 당긴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일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전액 60만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히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당 지도부도 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11일 “재난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겠다”며 재난지원금 기부 서약식을 했다. 그러자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 임원들도 “사회 지도층은 지원금을 받지 말자는 정부 캠페인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농협, 메리츠금융그룹에 이어 중기중앙회 회장단, 대한상의 임원단 등도 기부 의사를 표명했다. 중흥건설그룹은 13일 정창선 회장과 정원주 부회장 등 임직원 278명이 재난지원금 기부에 동참의사를 밝혔다. 5대 그룹에 이어 10대 그룹, 20대 그룹을 넘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정 회장은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이 정말로 어려움에 처한 우리 이웃에게 소중하게 쓰이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자발적 기부가 계속 이어지고 더불어 경제 활성화가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 12일 재난지원금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김현준 국세청장과 실국장이 동참하는 등 관가에서도 기부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기부는 우리 사회의 연대와 결속을 높이고 포용의 따뜻함을 나누는 희망 자산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경수 경남지사가 기부에 동참했으며 이강덕 포항시장과 5급 이상 간부공무원 138명도 참여하는등 지자체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기부가 줄을 잇는다.
개인 기부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에 홀로 사는 홍경식(77)씨는 취약계층을 위한 성금 100만원을 시에 기탁했다. 40만원 지원금 전액과 그간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모은 돈을 더한 것이다. 배우 정가은씨도 정부가 지원하는 재난지원금 60만 원을 13일 기부했다.
정부는 11일부터 재난지원금에 대한 자발적 기부 신청을 받고 있다. 재난지원금 기부를 원하는 사람은 신청과정에서 기부 의사를 밝히면 지원금 전액이나 일부를 기부할 수 있다. 지원금을 받은 사람도 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기부가 가능하다. 재난지원금과는 별도로 기부를 원하는 사람은 근로복지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근로복지진흥기금에 기부할 수 있다. 이 경우 고용보험 밖 학습지 교사 등 특고종사자와 자영업자 등의 실업대책 재원으로 활용된다.
일각에서는 사회 통념상 고액 연봉자들이 기부를 회피하기가 어려운 분위기로 흐르고 있어 ‘관제 기부 캠페인’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자발적인 기부 캠페인 형식이지만 연말정산 과정에서 회사는 누가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다 알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지원금을 받은게 알려지면 사회적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문 대통령이 재난지원금을 전액 기부하기로 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시나리오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기부는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한데 자칫 정부에서 기부를 주도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거 청년희망펀드의 전철을 밟지말고 자발성과 투명성을 담보해 우리나라 기부문화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