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에 빠진 재정비사업

호소문 내고 분양가 인상 입장 전달

“재건축 통해 새집 꿈 잘못인가”

“분양가 산정 문제” vs “수용 불가”

사업지체 속 조합장 교체 움직임도

철거가 완료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 공사현장. [헤럴드경제DB]
철거가 완료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 공사현장. [헤럴드경제DB]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로 일부 조합원은 일반분양자보다 더 많은 분양가를 부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사업도 좌초할 수 있다” (최찬성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장)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13일 공개한 ‘청와대 호소문’에서 “재건축을 통해 새집에 들어갈 꿈을 꾸는 것이 잘못된 것이냐”며 이같이 밝혔다. 당초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 30여명이 직접 청와대 앞으로 나와 진행하기로 했던 14일 기자회견 일정은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시작 40여분 전 돌연 취소됐다. 하지만 다양한 경로를 통해 조합의 입장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둔촌주공아파트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1만2032가구) 대상이 되면서 올해 분양시장의 ‘대어’로 떠올랐지만, HUG와의 분양가 협상이 답보상태에 빠지자 벌어진 일이다.

이 조합이 지난해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통해 확정한 일반분양가는 3.3㎡당 3550만원이다. 반면 HUG는 3.3㎡당 2970만원이 적정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은 7월 28일로 유예됐으나, 현재 HUG가 분양보증을 거절하는 식으로 분양가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조합 측은 HUG의 분양가 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인근 지역의 분양가를 일률적으로 적용해 일반분양가를 책정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강동구 내 타지역 대비 높은 공시지가, 공사비(3.3㎡당 493만5000원), 교통·환경·입지조건 등 개별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현 수준의 분양가가 나올 수 없다는 게 조합의 입장이다. 또 HUG 안을 따르면 조합원이 일반분양자보다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하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조합은 계획된 분양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방안’ 취지에 맞춰 주택공급 확대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HUG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워낙 단지 규모가 커 분양가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주변 단지에도 미칠 여파가 상당하는 점에서다. HUG는 둔촌주공의 분양가를 올려줄 경우 다른 재건축 사업장에서의 분양가 인상 요구가 봇물처럼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조합은 분양가 협상에 실패할 경우 후분양도 고려하고 있다. 이 단지의 후분양 선회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재건축조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비사업장들이 사업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선분양·후분양을 두고 고심하는 가운데 주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내홍도 격화하고 있다. 둔촌주공조합원모임 온라인 카페 지도부는 지난 11일 6000여명의 조합원에게 조합장·임원 해임동의서를 발송했다.

모임 관계자는 “그간 조합장과 임원들이 무능하고 방만한 조합 운영으로 사업을 지연시키고 사업비 증가를 초래했다”며 “조합원 의사에 반한 깜깜이 의사결정으로 아파트 품질을 갈수록 저하시키는 등 신뢰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임총회 발의 요건인 조합원 10%의 동의를 받는 대로 총회 소집공고·통지를 하고, 해임안을 투표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