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초청 기업인 간담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한국경제의 금융안전망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주한 유럽연합(EU) 대사가 기업 유동성 확보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EU 통화스와프 체결 요청에 대해 우회적으로 답변한 것이다.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EU대사는 1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초청 기업인 조찬간담회를 통해 기업의 유동성 확보 필요성을 밝혔다. 2017년 주한 EU대사로 부임한 미하엘 대사는 이날 “중소기업, 영세기업의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용도 주로 중소기업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들을 도와줘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전경련이 한-EU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청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이날 기업인 조찬간담회를 주최한 전경련 권태신 부회장은 미하엘 대사의 연설 직전 이뤄진 개회사를 통해 “한-EU간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한국은행 차원에서 유럽중앙은행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하엘 대사는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는 유럽중앙은행은 유로화를 관리하는 독립적 기관”이라며 “(체결과 관련해) 한국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 한국은행 총재가 유럽중앙은행 총재와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통화스와프는 서로 다른 통화를 사전에 약정된 환율에 따라 교환(swap)하는 외환 거래다. 두 나라 중앙은행 간 체결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산업계에선 EU와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유럽 각국이 기업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한 것과 관련해선 “유럽연합 소관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유럽권 국민 입국을 일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미하엘 대사는 “출입국 관리는 회원국 소관으로 유럽연합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이 우리에게 주는 권한만 행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북아지역에서 중국과 일본,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다른 것처럼 유럽도 각 국가마다 코로나 확산세가 다르다”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출입국 통제는 유럽 국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유럽연합 차원에서) 조율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듬해 10주년을 맞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서도 미하엘 대사는 개정을 강조했다. 그는 “한-EU 간 FTA는 새로운 도전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며 “한국이 유럽 기업을 (한국에서) 동일하게 대우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투자한 유럽기업은 세금을 내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만큼 한국기업처럼 간주돼야 한다”며 “유럽에 들어온 한국기업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권 부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한국의 생산법인들이 다수 진출한 체코와 폴란드,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에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이 합의한 ‘기업인 패스트트랙’(기업인 입국절차 간소화)과 같은 조치가 유럽에서도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염유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