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경영진 3명 모두 구속영장

상장과정 속였다면 ‘사기 성립’도

바이오업체 신라젠을 사실상 무자본으로 인수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지분을 매각하는 수법으로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는 문은상(55) 신라젠 대표이사가 구속됐다. 유·무죄 판단이 나오기 전이지만, 혐의가 일정 부분 소명된 만큼 투자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문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문 대표에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사기적 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문 대표는 2014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3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고 자본금 가장납입을 통해 신라젠을 사실상 무자본으로 인수합병(M&A)한 혐의를 받는다. 신라젠 인수 이후엔 면역함앙제 ‘펙사펙’의 임상 3상 중단 사실이 공시되기 전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가지고 있던 주식을 팔아 거액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도 있다.

투자자 소송 전문가인 법무법인 한결의 김광중 변호사는 “핵심 경영진 3명에게 구속영장이 모두 발부됐다는 것은 비록 유죄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더라도 구속영장이 발부될 정도의 사실관계는 확인했다는 것”이라며 “신라젠 주식 투자자들의 입장에선 손해배상을 청구할 정도의 사실관계는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증권 관련 소송 경험이 많은 법무법인 한누리의 송성현 변호사도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을 거쳐 오면서 신라젠 최고 경영진에 대한 혐의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정리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 가능한 사안으로 보인다. 다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확정 판례가 아직 없다”며 “실제 내부자가 판 주식을 산 거래 상대방만 피해자로 볼 것인지, 해당 거래한 날의 거래자들을 모두 포함할지 등 범위가 아직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이민석 금융피해자연대 변호사는 신라젠의 상장 과정 자체를 사기로 보고 있다. 이 변호사는 “신라젠 창업자 황모 교수는 펙사벡과 관련해 시술법에 문제가 있으니 시술법에 대한 연구를 더해야 한다며 임상 3상에 부정적이었다. 그럼에도 문 대표가 신라젠을 인수한 뒤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임상 3상을 밀어 붙인 것이다”며 “전체적인 과정에 대해 모두 사기 혐의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서정식)는 지난 4일 이용한(54) 전 신라젠 대표이사와 곽병학(56) 전 사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특경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2016년 12월 주당 1만2850원에 상장한 신라젠 주가는 이듬해 11월 주당 13만1000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8월 펙사벡 임상 중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당 8140원까지 폭락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주가가 폭락하기 전에 대규모로 주식을 팔았다. 경영진이 지난해 8월까지 팔아 치운 주식은 총 2515억원어치였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