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멈춘 ‘경제 맥박’ 살리기 총력

각국 중앙銀 올 6조 달러 통화 공급

美 Fed, 사상 유례없는 예방적 조치

中, 3.2조 위안…日 무제한 국채 매입

기준금리 파격인하 모든 방법 총동원

부작용 걱정 나중에…효과는 미지수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올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 규모가 6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제 공황을 저지하기 위해 사상 초유의 돈풀기에 나서면서다.

국채 등을 한도 없이 매입하는 무제한 양적완화와 각종 민간채권 매입 및 대출 기구를 통해 ‘헬리콥터 살포’ 방식의 자금 공급이다. 천문학적으로 풀린 돈이 가져올 부작용을 걱정할 틈도 없다. 중앙은행들은 현재로선 일단 돈을 풀어 경제의 맥박을 유지하는 게 급선무다.

▶코로나19와의 전쟁…美 무제한 달러작전=코로나19는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먼저 확산됐지만, 이에 대응한 초특급 통화완화의 포문을 연 건 미국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3월 초 기준금리를 0.5%포인트 깜짝 인하했다. 미국 내 본격적인 확진자 확산이 이뤄지기도 전이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어려워 질 것을 예상한’ 데 따른 조치다. 연준이 예방적 통화정책을 펼친 것 자체만 해도 전세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다 다시 보름도 채 안돼 금리를 1%포인트 추가로 내리면서 제로 금리로 진입한다. 같은 날 7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계획까지 코로나19와의 전면전이 시작된다. 이후 단기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국채·MBS 매입 한도도 아예 없앴다. 무제한 달러 작전의 시작이다.

여기에 특수목적법인(SPV) 등의 별도 기구 설치로 우량 회사채 뿐 아니라 투기등급 회사채인 정크본드, 상업용 주택저당증권(CMBS),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지방채 등 제한 없는 채권 매입으로 최대 2조3000억 달러의 유동성 투입을 결정했다. 자금이 시급한 실물 부문의 중소기업 대출 프로그램도 개시했고, 이들 기업에 종사하는 직원의 급여까지 보호하는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이로써 작년말 4조 달러 수준이었던 연준의 자산은 올 4월 현재 벌써 6조 달러를 훌쩍 넘어섰고 곧 7조 달러 돌파가 예상된다.

▶獨 ‘어깃장’에 속도 못내는 유럽=미국 보다 먼저 코로나19 화산이 진행된 유럽중앙은행(ECB)은 경제봉쇄 이후 돈 풀기에 나섰다. 3월 중순 순자산매입 규모를 1200억 유로 추가하고 장기대출프로그램(LTRO)를 일시 도입했다. CP 등 긴급 채권을 7500억 유로 규모 사들이는 프로그램도 가동했고, 3월 말에는 국가별 채권 매입 한도도 제거했다.

하지만 미국처럼 ‘무제한 작전’을 펼치지는 못하고 있다. 국가연합 형태여서 나라간 이견이 크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가 공동 발행하는 ‘코로나 본드(채권)’는 회원국이 공동 보증하는 방식이다. 그리스 등 재정이 취약한 나라들은 차입 비용과 신용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독일 등 재정이 견고한 나라는 되레 조달 비용이 늘고 신용 하락 요인도 될 수 있다. ECB가 국채 등 공공채권을 매입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독일 헌법재판소는 일부 위헌 판결을 내렸다.

▶中·日중앙은행, 무제한 채권 매입=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3월 일부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5500억 위안 규모의 자금을 공급했다. 3월 말엔 역(逆)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를 통해 500억 위안의 유동성을 금융권에 추가 투입했다. 3월 한달 간 신규대출 증가액만 2조8500억 위안이다. 4월 들어선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중소 은행에 대한 지준율도 인하, 4000억 위안을 공급했다.

일본중앙은행(BOJ)도 지난달 말 당분간 상한 없이 국채를 매입하고 CP 매입도 대폭 확대키로 결정했다. 종전까진 보유잔고의 증가액이인 연 80조엔을 목표로 국채 매입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한도마저 폐지했다. CP·사채 매입 한도도 20조엔으로 기존보다 3배 가까이 늘렸다.

▶사상 첫 전액공급방식 RP매입 나선 한은=한국은행은 미 연준의 정책들을 벤치마킹해 한국판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 중에 있다. 3월 중순 기준금리를 사상 첫음으로 0%대(0.75%)로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국채 및 증권사 대상으로 RP 매입을 확대했다. 3월 하순엔 처음으로 무제한 RP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5월 현재까지 총 20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공급했다.

지난달엔 공개시장운영 단순매매 대상 증권에 산업금융채권 등 특수은행채까지 포함시켰다. 증권사, 즉 비은행 금융기관을 대상으론 처음으로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까지 신설했다. 서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