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소재 투자 확대

포스코케미칼·SKC 총 3000억원

5G 소재·수소경제 활성화 초점

효성, 대규모 시설 신규 투자

효성화학 울산 용연공장 전경. [효성화학 제공]
효성화학 울산 용연공장 전경. [효성화학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도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확대하며 ‘역발상 경영’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부터 5세대 이동통신(5G), 수소경제 등에 이르기까지 주로 4차산업 관련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미래 유망산업에 대한 투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11일까지 발표된 주요 석유화학사들의 올해 투자계획을 보면 신규 투자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 부문이다.

배터리 생산업체들이 향후 전기차 수요 증가를 예상하며 국내외 생산시설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케미칼과 SKC 등 소재 기업들도 관련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의 경우 경북 포항에 첫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올해부터 오는 2024년까지 4년에 걸쳐 2177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연간 생산규모가 1만6000t 규모로, 50kWh 기준 전기차 약 36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SKC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에 대응해 자회사 SK넥실리스의 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배터리용 동박을 생산하는 SK넥실리스는 내년까지 815억원을 투자해 전북 정읍에 5공장을 건설한 예정이다. 지난해 집행한 투자분까지 합하면 총 1200억원 규모다. 제5공장 완공 이후 SK넥실리스의 동박 연간 생산능력은 약 4만톤(t)이 된다.

이처럼 석유화학 기업들의 배터리 소재 투자 결정에는 전통 사업의 한계 극복 및 탄탄한 재무구조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부터 미중 무역분쟁과 유가 하락 등으로 부정적인 경영환경이 지속되면서 기존 석유화학 사업의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반면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2020년 194GW에서 2025년 614GW로 급성장이 예상되면서 배터리 소재 등 신성장 동력을 바탕으로 전통 화학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SKC는 이를 위해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합작해 세웠던 SKC코오롱PI의 지분 전량을 매각해 3035억원을 확보했고, 화학사업 지분 49%를 쿠웨이트 국영기업에 이전하며 약 5600억원을 수령했다.

수년간 무차입 경영을 해온 포스코케미칼의 재무상태도 양호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대규모 회사채 발행(2500억원)에 나서며 차입금은 늘었지만 그동안 다진 재무안정성 덕분에 신용등급은 AA-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올해도 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다”며 “부채비율이 72%로 높지 않아 투자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효성그룹 역시 최근 잇달아 신규시설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코로나19 이후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산업용 섬유 생산업체인 효성첨단소재는 이달 7일부터 내년 5월까지 613억원을 투자해 울산공장 의 아라미드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증설 완료 후 생산능력은 연간 1200t에서 3700t으로 늘어난다. 아라미드는 5G 통신용 광케이블 보강재 등으로 쓰여 산업용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효성화학도 오는 2022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단일로는 세계 최대규모인 연산 1만3000t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에 발맞춰 울산에 수소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나온 대규모 투자 결정인 만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4차 산업혁명이 산업 전반과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며 “정부 역시 선제적이고 폭넓은 규제개혁으로 코로나19의 위기를 국내 산업의 체질 혁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