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유지’ 조건 기간산업 안정기금 설치
코로나로 유동성 위기 겪는 기업들 숨통
세제지원 추가 방안 등 근본대책 세워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휘청이고 있는 항공, 정유, 자동차 등 기간산업에 40조원을 지원키로 함에 따라 유동성 위기를 겪는 이들 업종에 ‘단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파격적인 세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정부는 항공·해운·정유 등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간산업에 ‘고용유지’ 조건으로 유동성 지원과 자본확충 등 총 40조원 규모를 지원키로 했다. 이는 지난달 발표한 10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과 별도다.
정부는 기간산업 분야 대기업의 자금 지원을 돕기 위해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설치해 지원한다. 정부는 산업은행 출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한 뒤, 산업은행이 이를 바탕으로 기간산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발표에 해당 업계에서는 “당장 눈앞에 닥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안도했다.
정부가 이날 기간산업에 대한 적극 지원 의지를 밝힌 것은 이들 분야가 막대한 고용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산업이 붕괴하면 자칫 일자리 대란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부의 지원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항공업계는 자금난의 큰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두 달도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며 “정부의 지원으로 눈앞에 닥친 위기 상황을 넘길 수 있게 됐다”고 안도했다.
실제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여객 수요가 코로나19로 인해 90%가량 급감하자 항공사들은 여객기 화물칸을 활용한 화물 운송, 국내선 증편 등으로 겨우 연명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성장은커녕 생존을 위해 항공사들은 휴직, 급여 반납, 자산매각과 같은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4월이 지나면 현금이 바닥을 드러내 ‘한계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자동차업계도 이달 들어 승용차 수출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5% 줄어드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국내 완성차 판매량의 63.1%를 차지하는 북미·유럽 지역은 판매 딜러가 휴업에 들어갈 정도로 장기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가 고조됐던 정유업계 역시 정부의 이번 지원책으로 잠시나마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정유사들은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석유제품 소비 급감으로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항공사와 주유소가 결제대금 납부까지 미루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어 왔다. 업계에서는 항공사들이 정유사에 지급하지 못한 항공유 규모가 최대 10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경색된 회사채 시장을 우회해 기업어음(CP) 시장에서 긴급 자금을 조달하는 등 현금 확보에 주력해왔다.
이에 이번 정부의 지원으로 정유업계는 다소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금 흐름을 풀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세제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세율 3%인 원유수입 관세 납부를 지난달부터 5월까지 유예하고, 석유수입부과금 징수도 3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정유업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관세를 한시적으로라도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석유수입부과금도 유예가 아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의 설비투자금액 중 일부를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의 부활도 거론되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설비 고도화 등을 위해 대규모 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폐지됐던 임시투자세액공제의 재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이 당장은 덜한 업종에 속한다. 그러나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선박 인수가 지연되고 자금 회수 차질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여기에 올해 기대됐던 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가 줄줄이 연기되면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올해 LNG선 발주는 133척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엑슨모빌과 카타르의 사업 연기 결정으로 79척까지 감소한 상황이다.
조선업계는 정부의 유동성 지원을 통해 이같은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산업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