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와 ‘미스터 션샤인’은 누가 뭐래도 한 작가의 진화를 논할 수 있는 작품이다. 김 작가가 지금 쓰고 있는 판타지 멜로 ‘더 킹 : 영원의 군주’는 아직 2회밖에 방송되지 않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성인지 감수성만은 좀 더 챙겨야 할 것 같다.

아무리 평행우주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첫회부터 꽃미남 황제 이곤(이민호 분)이 다짜고짜 대한민국의 경찰 정태을(김고은 분)을 껴안는 장면부터, 매력과 호기심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와 닿았다. 젠더 감수성의 결여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SBS ‘더 킹-영원의 군주’의 한 장면.
SBS ‘더 킹-영원의 군주’의 한 장면.

게다가 대한제국의 최초이자 최연소 여성 총리인 구서령(정은채 분)은 이곤과 스캔들을 내려고 이곤과 밀접 사진을 찍고, 원피스를 입고 수색대에 올라가서는 “와이어가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줘서”라고 말한다. 이게 김 작가가 그리려는 야망 있는 여성 총리 캐릭터일까?

“역시 남자는 적게 입고 많이 움직여야 돼”라고 극 중 여배우 2명이 나누는 대사도 명백한 성차별 대사다. 작가는 이런 대사를 별생각 없이 사용하는 것 같다. 말장난 같은 대사도 여전히 남발하고 있다. ‘파리의 연인’ 같은 지극히 쉬운 드라마에서는 말장난도 새롭고 탄력을 주지만, 드라마도 제대로 이해시키기 전에 말장난의 남발은 귀에 거슬리며 싫증을 느끼게 된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도 젠더 감수성이 결여된 대사 또는 에피소드가 나오고 있다. 8회에서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20대 여성이 유부남 손제혁(김영민 분)에게 “가방을 사주면 애인을 해주겠다”고 제안하고, 손제혁이 이 여성과 호텔에 있는 장면은 여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박선영의 남편인 김영민이 바람둥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설정이겠지만, 굳이 이런 방식이 아니어도 된다.

지선우(김희애 분) 집에 전남편 이태오(박해준)의 사주를 받은 폭력남 박인규(이학주)가 쇠파이프를 들고 유리창을 깨고 침입해 김희애를 거칠게 폭행하는 장면도 보기에 불편했다.

젠더 감수성을 더 챙긴다고 드라마 전개의 파격성을 제한받는다면, 그래서 상상력을 침해받는다고 생각하면 구시대적 작가밖에 안 된다. 이 부분을 빨리 시행하지 않다가는, 악플을 남기고 표현의 자유라고 우기는 것과 다를 게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