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집에 재벌·친노동 규제 즐비
재계, 소주성·공정경제 부활 우려
그리스·남미식 포퓰리즘 막아야
협치 아닌 대립 정치 걱정도 앞서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기업들이 생사의 기로에서 경영 정상화에 목을 매고 있는 마당입니다. 친노동 일변도의 정책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 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21대 국회에서 기업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이 정도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나 남미와 같은 포퓰리즘 국가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우려감을 지울 수 없습니다”
21대 총선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나자 기업인들은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의 위기를 넘어서는 데 새 국회가 적극 나서달라는 원론적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내심 한동안 소강 상태를 보이던 최저임금 인상을 골자로 한 소득주도성장과 대기업 규제와 친노동 정책으로 대변되는 공정경제의 기조가 다시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득하다.
실제 이런 우려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집에서도 확인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혁신과 공정, 포용, 안전, 평화 등을 5대 핵심가치로 정하고 가치별로 상세 공약들을 마련했다. 기업인들은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 등 3대 신산업의 육성과 신기술·신산업 규제 완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혁신 가치에는 공감을 표한다. 하지만 공정 가치의 주요 법안들에 대해선 손사래를 친다. 공정 가치 공약 내에는 재벌 총수에 대한 규제 강화와 친노동 법안이 가득하다. 민주당은 일감몰아주기와 지주회사 규제를 강화키로 했다. 또 재벌 대주주 일가의 횡령, 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화키로 약속했다. 친노동 공약도 즐비하다. 민주당은 기간제 비정규직 사용을 법률에 규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사용자에 의한 기간제 근로계약 갱신 횟수도 제한키로 했다. 심지어 근로시간 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의한 업무지시 금지도 담았다. 민주당은 또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의 비준도 추진키로 했다. ILO 협약이 비준되면 실업자나 해고자도 노조 결성과 파업이 가능하다. 또 법외노조 판결을 받은 전교조도 합법화의 길이 열린다.
이에 대해 한 경제단체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노동시장 경쟁력이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변인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ILO 핵심 협약 비준, 해고 요건 강화 등 노동 편향적 정책에 대해 기존 입장을 이어간다면 우리 경제는 결국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여당의 압승 이후 또 다시 정치권에서 협치가 아닌 대립의 정치가 벌어질 것에 대한 걱정도 앞섰다. 이들은 아예 새 국회에 대한 기대조차 접었다. 부디 기업 경영에 대한 부당한 간섭만이라도 없길 기대한다. 10대그룹의 한 임원은 “선거 결과에 대한 해석과 입장 차를 두고 정치권에서 또 한 번의 후폭풍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제를 살리는 국회보다 무서운 게 경제를 죽이는 국회, 경제에 무관심한 국회”라고 일갈했다.
재난지원금 경쟁에서 보듯 정부와 여당의 정책 방향이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로 흐를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심화되는 양극화속에 반기업정서가 보다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포퓰리즘의 강화는 필연적으로 정부 재정의 악화를 동반할 수밖에 없어 그리스나 남미 국가 등 기존의 실패 사례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고 기업인들은 조언했다.
코로나19속 내수 진작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할 하반기 이후 급격히 식은 내수 진작을 위해 정부가 대규모 국책사업을 책정하고, 국회가 이를 신속히 실행에 옮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여당의 압승 속에 부동산정책의 핵심인 종합부동산세의 완화 기조 여부도 관심이 집중된다. 선거 과정에서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과 이인영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1주택자의 종부세 완화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앞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의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지며 대규모 해고가 사회문제화할 수 있다”라며 “기업들이 일자리를 보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여당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실 여당이 잘 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결국 국민의 뜻은 지금의 코로나 정국에서 남은 2년간 경제를 살리라는 차원에서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당이 과반수 넘게 의석을 확보한 만큼 부디 정부와 여야가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춰 힘을 합쳐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산업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