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3년 맞은 서울회생법원 정형식 법원장 인터뷰

회생절차 들어와도 경영권 빼앗기지 않아… 적기 놓치지 말아야

도산사건 ‘빅 데이터 수집’, 정책 활용 자료 만들어

정형식 서울회생법원장.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정형식 서울회생법원장.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좌영길·이민경 기자] 지난달로 서울회생법원이 개원 만 3년을 넘겼다. 2017년 3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서 독립해 별도 법원이 된 서울회생법원은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인한 불황을 대비 사회적 완충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정형식(59·사법연수원 17기) 법원장은 9일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 사태가 언제 종식될 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개인회생 절차 폐지를 서두르지 않고 가급적 여유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기는 2009년에도 있었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여파는 언제 끝날지, 어느 정도 규모의 어려움이 있을지 예측할 수 없어 더욱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 원장은 “올해 특히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어 사건 추이를 면밀히 보고 있지만, 당장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개인회생에 대한 문의는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회생신청이나 파산은 경기 후행지수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사건 증가 시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정 원장은 “사태가 장기화되서 문제가 되면 회생보다 파산 사건이 늘어날거라고 생각한다, 회생은 일시적 자금경색 때문에 기업이 들어오는것이지만, 파산은 경기가 정말 안좋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회생법원을 찾는 시기가 너무 늦으면 시장복귀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회생절차는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절차인데도,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법원 문을 두드리기를 꺼린다. 특히 ‘오너’가 있는 기업은 경영권을 넘겨주게 되는 점을 우려한다. 하지만 정 원장은 “회사가 어려워지고 자금 경색이 오면 빨리 회생이 잘 안된다”며 “범죄를 저질렀거나, 횡령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제3자를 관리인으로 쓰지, 지금은 당연직으로 회사 대표가 관리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회생기업을 ‘멜팅 아이스(녹아가는 얼음)’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와 변제 계획을 수립한 후에는 시장 복귀에 필요한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게 관건이다. 정 원장은 “기업이 파산을 하더라도 우선 변제권이 보장된다”며 “법이 개정됐으니 대출을 좀 많이 해달라고 기회있을 때마다 설명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회생절차를 밟던 기업이 파산하면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법 개정으로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받을 수 있다. 금융권이 대출을 해줬다가 배임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걱정도 기우에 불과하다고 한다. 회생 기업이 돈을 빌리려면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애초에 배임이 성립할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회생법원이 독립하면서 회생사건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가능해졌다. 인력의 전문성 확보도 같은 맥락이다. 사무분담에 따라 업무가 유동적인 법원 파산부 시절과 달리 회생법원이 생기면서 안정적으로 장기간 도산사건에만 집중할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현재 3년 정도인 회생법원 판사 근무기간을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게 정 원장의 생각이다.

정 원장은 회생법원장을 맡은 이후 성과에 집착하지 않았다.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부처와 달리 갈등을 조율하는 법원은 ‘별 탈 없이 굴러가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에서다. 정 원장은 “딱 하나 해보자고 했던 게 통계자료 수집”이라고 했다. 그동안 법원으로 들어온 사건을 유형별, 결과별로 세분화된 항목을 만들어 ‘빅 데이터’를 수집하면 학계에서 연구나 정부 정책 수립 자료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 원장은 회생절차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법원의 문을 두드려달라고 당부했다. 회생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어서 사건이 줄어들면 긍정적인 일이지만, 어려움이 해결될 수 있는데도 몰라서 못오는 경우가 많다면 문제라는 생각이다. “어려울 땐 회생법원이 있다, 이렇게 생각봤으면 좋겠습니다. 회생법원 홈페이지만 봐도 많은 설명이 있어요. 그게 충분치 않으면 전화 문의를 하셔도 좋습니다. 법원이 나서서 ‘다 해결해드린다’고 할 수는 없어요. 제도적 여건은 마련이 됐다고 봅니다. 은행권에서 적극적으로 대출을 해줘야 하는데, 정부나 금융위원회에서도 나서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