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이란 소릴 좀 듣죠. 가치가 뚜렷한 부분도 있지만, 밀당을 못해서 그래요. 행복한 것이 가장 중요해요. 일도 행복하고 가족도 행복해야 하죠. 갈등이 왜 없겠어요. 제가 갈등을 빨리 푸는 방법은 저의 패를 빨리 보여주는 거죠”
김은경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올해 금융권에서 가장 주목하는 인물이다. 금감원은 올해 1월 조직개편을 발표하면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확대 재편했다.
소비자보호 부문을 두 개로 늘렸고 부원장보 자리도 한나 추가했다. 소비자피해예방 부문은 7개 부서에 19개 팀이 배치됐다. 소비자권익보호 부문은 6개 부서 21개팀으로 꾸려졌다. 금감원 내 최대·최강 부처란 평가도 나온다.
지난 3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선 사상 처음으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통과됐고 금융위는 3월 24일 금소법을 공포했다.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금소법 운용의 금감원 내 주무 총괄책임자가 바로 김 부원장이다. ‘막강 실세’ 자리인 동시에 참고할 어떤 선례도 없는 자리를 맡은 김 부원장이다.
금융권에서는 김 부원장이 금융소비자보호의 첫 틀을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당장의 경영성과는 물론 미래 경영전략도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김 부원장은 몇 가지 원칙을 밝혔다.
“(금융소비자보호란) 금융상품이 소비자에게 적합한지 아닌지를 전문가가 알아서 설명 잘 해주라는 간단한 원리죠. 기존에 하지 않던 것을, 몸에 베어있지 않은 것을 자꾸 하라고 하니까 불편해 하는 것 같아요. 거기다가 소비자들은 계속 드세져가고, 그래서 불편을 더 느끼는 것이겠죠. 정보의 격차만 좁힐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거의 소비자 보호의 ‘100%’에 가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면 금융회사의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축했다.
“소비자가 행복하면 지갑을 열게 되고, 그러면 사업자도 잘되고,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면 그 기업은 영속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거죠. 사업자가 망하면 소비자도 존재할 수 없어요. 결국 상생의 순환체계죠”
‘제대로 된 설명’의 구체적인 방법도 예를 들어 소개했다.
“저는 중학교 2학년에게 설명을 해준다는 생각으로 금융사들이 설명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옷을 팔 때는 입어보고 둘러보고 가끔은 바꾸거나 환불도 해요. 금융 상품은 가입하고 몇년 후에야 상품의 가치와 의미를 알게 되죠. 소비자 입장에선 리스크가 너무 커요. 옷 같은 일반 상품보다 월등히 고도의 전문적인 배려로 금융사들이 소비자를 위해 애써야 해요”
소비자보호가 금융회사에 대한 경영간섭이 되지 않을 것임도 다짐했다. 가격 통제는 절대 없을 것임도 공언했다.
“상품을 만드는 것까지 금감원이 일일이 간섭해서는 안되죠. 금감원이 지침을 줘서 상품을 만드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어요. 대신 새로운 소비자가, 신인류가 온다고 생각하면 그 변화에 맞게 금융사들이 적응을 해야겠죠. 감독원이 가격을 통제한다든가 하는 것은 해서는 안되는 방향입니다. 가격 통제는 공산주의에서나 하는 것 아닌가요”
다만 금융소비자 보호가 금융회사 손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열어뒀다.
“파생결합펀드(DLF), 암보험, 키코(KIKO) 사건 등을 거치며 금융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무너졌어요. 금융회사들의 평판도를 높여야 영속이 가능할 겁니다. 기존에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고 얻었던 이익의 일부를 돌리려니까 예전보다 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봐요. 잘못된 소비자들 때문에 비용이 올라가는 것은 문제죠. 이를 방지하는 것도 소비자 보호라 할 수 있어요. 보호 대상은 ‘바람직한’ 소비자입니다”
김 부원장은 그러나 금융회사들이 ‘배임’ 우려를 내세워 소비자보호에 소극적인 데 대해서는 강력 대응할 뜻을 분명히 했다. 법학자 답게 법적으로 따졌다.
“배임 이슈는 선관주의의 의무 차원에서 나오죠. 선관주의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에요. 그러나 그것보다 더 상위의 원칙은 바로 민사법의 기본 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입니다. 사안을 다룰 때 정의롭고 성실하게 다뤄야 한다는 원칙이죠. 큰 가치를 놔두고 금융사들이 유리한 것만 가지고 배임 이슈를 이야기 해서는 안됩니다”
아울러 분쟁조정의 주요 원칙으로는 ‘사적자치’를 내세웠다. 당사자간 협의를 통한 원만한 해결이다.
“민사법의 기본 원칙은 사적자치 원칙이에요. 그래도 안될 때 중재자가 나서야 하는 것이죠. 원칙을 세우고 가는 것이 중요해요. 가능하면 자율적으로 분쟁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율적으로 최대한 하고 법으로는 최소한의 것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 부원장은 끝으로 그가 생각하는 소비자에 대한 철학을 다시금 강조했다.
“소비자가 곧 국민이다고 생각해요. 소비자라는 ‘프레임’을 씌우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소비자가 아닌 사람이 누가 있나요. 소비자 보호란 결국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죠. 국민 보호를 잘못했다고 한다면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겠죠” 정리=홍석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