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SM등 일부매장 영업 중단

“출국객 0명”…인천국제공항도 위기

최악의 상황땐 상업시설 전면 폐쇄

전국 시내면세점도 줄줄이 문 닫아

전국 면세점들이 줄줄이 ‘무기한 휴점’에 들어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자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면세점들이 매출 감소를 이유로 매장 문을 닫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코로나19 영향이 장기화될 경우 면세산업의 생태계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출국객 0명”…인천공항 면세점 잇따라 셧다운=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한 일부 매장의 운영을 중단했다. 제1여객터미널(T1) 19개 매장 가운데 타격이 큰 5개 매장부터 닫기로 했다. 4개 매장은 지난달 23일부터, 1개 매장은 이달 1일부터 임시 휴점에 들어갔다. 공항에 입점한 면세점이 코로나19 확진자 방문과 관계없이 임시 휴점을 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T1 탑승동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구역이다. 외국계 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LCC)가 이용하는 구역으로 출국객 수가 급감하자 면세점 이용객도 끊겼다. 해당 매장을 운영하는 영세 중간유통업체(벤더)들은 신세계면세점에 거듭 “매장 문을 닫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탑승동을 이용하는 출국객이 0명인 날도 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와 협의를 거쳐 T1 탑승동 나머지 14개 매장과 제2여객터미널(T2) 매장의 심야 영업도 중단하기로 했다. T2에 입점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도 일부 24시간 매장의 운영시간을 단축했다. 심야 항공편이 축소됨에 따라 폐점 시간을 오후 9시30분으로 앞당겼다.

중소·중견면세점은 상대적으로 버틸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SM면세점은 T1 입국장 면세점 2개 중 1개 매장을 오는 6일부터 닫는다. 나머지 1개 매장은 영업시간을 기존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9시30분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6시로 단축했다. 이와 함께 T1·T2에서 운영하고 있는 출국장 면세점의 운영 시간도 조정하기로 했다.

SM면세점은 코로나19로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 SM면세점 T1 매장의 지난 2월 매출은 전년 대비 52.9% 줄어든 27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T2 면세점 매출도 54.9% 감소한 20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결국 SM면세점은 25일까지 내야 했던 2월분 임차료를 내지 못했다. 총 임차료는 월 30억원가량으로, 이를 제때 납부하지 못하면 연 16%의 연체 이자를 내야 한다. 출국장 면세점 1곳을 운영하는 그랜드 면세점도 2월 임차료를 납부하지 못했다.

▶인천공항 상업시설 ‘셧다운’ 위기…공항산업 생태계 무너진다=특히 면세점 등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한 모든 상업시설들이 ‘셧다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천국제공항은 지난달부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인천국제공항 하루 여객 수는 3월 셋째주 기준으로 전년 대비 91.8% 감소했다. 지난달 24일에는 하루 이용객 9316명으로 2001년 개항 이후 처음으로 1만명 밑으로 내려갔다. 이 같은 위기가 지속될 경우 공항산업 생태계가 붕괴해 면세사업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공항공사는 ‘3단계 비상운영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상업시설 운영을 중단할 계획이다. 하루 여객 7000∼1만2000명이 되는 1단계(공항기능 축소)에서는 출국장과 셔틀트레인이 축소 운영된다. 하루 여객 3000∼7000명이 되는 2단계(셧다운)가 되면 제3활주로 폐쇄, 탑승동 운영 중단 등이 이뤄진다. 하루 여객이 3000명 미만으로 떨어지면 대부분 상업시설을 중단하고 최소 기능만 유지할 계획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아직 하루 여객이 3000~7000명으로 떨어지는 2단계까지 가지 않았으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2단계 셧다운이 현실화될 경우 면세점을 비롯한 모든 상업시설의 운영을 전면 중단할 것인지, 임대료를 면제해 줄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내 면세점도 문 닫는다…고사 위기에 몰린 면세=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면세업계는 고사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이달에만 총 10일을 휴점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임시 휴점했다가 지난 2월 재개장했으나 매출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아서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급감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은 김포국제공항에 운영 중인 매장 문을 닫았다.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은 지난달 12일부터 무기한 휴업 중이다. 신라면세점 김포공항점은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한 달간 문을 닫는다. 서울 시내면세점 중에서는 용산구에 위치한 HDC신라면세점이 오는 4일부터 20일까지 영업을 중단한다.

박로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