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긴급 구조조정 집도
쌍용차 등 추가환자 대기
사실상 혈세로 자금 수혈
정상화·채권회수 부담 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이동걸 회장이 대기업 구조조정의 수술칼(mes)를 들면서 산업은행에 대기업 응급실이 사실상 부활했다. 두산을 시작으로 자동차와 항공사 등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기업들의 응급이송이 급증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구조조정본부(구조본)의 조직과 인력을 보강하고 나섰다. 산하에 기업경쟁력제고지원단이 새롭게 생겼으며 기존에 기업금융실에 있던 두산팀은 통째로 옮겨왔다. 타부서 인력까지 추가해 보강했다.
기업경쟁력제고지원단은 일단 코로나19 등으로 재무상황 등이 어려움에 빠져 있는 기업을 담당하게 된다. 첫 환자는 두산그룹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두산그룹 채권단은 지난달 27일 두산중공업에 1조원의 자금을 수혈해주기로 했다. 대신 두산그룹의 자구안을 받고 경영상황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구조본은 다음주 두산그룹에 경영관리자문역도 파견한다. 사실상 채권단 관리체제다.
산은은 두산그룹 측에 두산인프라코어, 밥캣 등에 대한 수직 계열화를 해소함으로써 재무리스크가 자회사와 손자회사로 번지는 것을 막으라고 ‘처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긴급 자금지원을 받아 그룹의 생사가 걸린 두산으로서는 ‘주치의’의 이같은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 산은에서 외면 당하면 다른 금융권에 기댈 곳도 없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구조본 보강이 두산 외에도 아시아나항공과 쌍용자동차 등 한계상황에 처한 기업들의 구조조정 수요가 밀려들 것에 대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으며, 산은의 금융지원을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산은 구조본은 진료소부터 응급실, 전문클리닉 등 기업 구조개선을 위한 역할을 해왔다. 2015년 말에는 메르스 사태에 뒤이어 해운, 조선업의 구조조정이 시작되자 구조조정본부에서 구조조정부문으로 격상됐다. 이동 회장이 취임한 후인 2018년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줄어들어들면서 기업금융부문 산하의 본부로 축소됐다.
다만 산은의 구조조정 실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오랜 구조조정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온 전문가 이라는 평가와 함께, 기업의 가치제고나 회생 성과가 미미하다는 혹평도 받는다.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많은 부실기업 처리를 맡았지만, 정작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진 사례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우차와 쌍용차는 GM와 마힌드라에 넘어갔지만 여전히 산은에 손을 벌리고 있다. 대우건설과 KDB생명 등은 몇년째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매수사가 나서지 않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도 금호타이어를 중국에 넘겼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또다시 매각 절차가 난항이다. 최근 경영권 분쟁을 치른 대한항공도 코로나19로 자금난이 심각해지면서 ‘예약환자’ 명단에 사실상 이름을 올렸다.
부실기업 관련 처리를 국책은행인 산은이 사실상 도맡아하면서 시중은행 등 민간금융 부문의 기업 구조조정 기능이 퇴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 등 권력 입김이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산은을 통해 각종 특혜와 비리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편 산은 측은 ‘구조조정’이란 표현에 극도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산은의 응급실에 실려간 자체가 ‘중증환자’라는 낙인이 될 수 있어서다.
산은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1조원이라는 큰 금액을 지원하는 만큼 제대로 집행되는 지를 살피기 위한 차원이지 구조조정이나 워크아웃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