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내 가용수단 총 동원

‘규모’로 시장불안 불식 시도

자금조달·편입 기준 등 변수

한은 발권력 동원 가능성 커져

[헤럴드경제=홍석희·서경원 기자]23일 청와대가 내놓은 50조원 규모의 금융시장안정대책은 기존에 내놓은 50조원 대책의 골자를 유지하면서 그 규모를 키운 모양새다. 중견 기업 이상 대기업도 지원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눈길을 끈다. 국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총동원되고, 민간의 참여도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시중 유동성 자극 없이 신규로 현금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결국 한국은행의 발권력이 동원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날 발표된 청와대 설명의 핵심은 금융 지원 대상을 기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대한 것이다. 필요할 경우 대기업까지 모두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기존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모든 기업으로 그 대상을 넓힌 것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자금난을 겪게 되면 가치사슬로 연결된 중소기업들에게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음을 감안한 결과로 보인다.

채안펀드 규모를 당초 10조원 예상에서 20조원 규모로 키운 것은 회사채 시장이 당장 현안으로 부상한 것과 무관치 않다. 4월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는 6조원에 이르는데 차환 만기 연장이 불가능한 상황이 닥친다면 흑자기업의 도산이 줄을 이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6월에도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시장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대기자금이 버티고 있음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유동성 어려움에 처한 기업에 18조원에 이르는 유동성 공급책도 포함됐다. 채안펀드가 민간자금을 바탕으로 한 시장 중심의 대책이라면, 유동성 공급책은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대응 성격이 강하다.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정권. 회사채신속인수제도 등을 언급한 데서 알 수 있다.

증권시장안정펀드의 규모는 당초 예상됐던 규모에서 7000억원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의 코스피 시장은 30% 넘게 급락하면서 상징적 증액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와대의 대책은 기존 50조원에 50조원을 더한 수준이다. 100조원이란 숫자가 주는 상징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총생산(2000조원)의 5%에 해당한다.

다만 문제는 실행이다. 정책금융기관들의 대출여력 확대를 위해서는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재정을 추가투입하지 않으려면 현물출자 등 가용재원을 총동원해야 한다. 아울러 현금 재원을 마련하려면 한국은행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시장 지원을 위해 시장성 증권을 현금화하기 어려운 만큼 한국은행의 유동성 지원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결국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추가 현금을 발행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발권력 동원은 금융통화위원회 의결 만으로 가능하지만, 국회 동의가 필요한 국채발행과 비슷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날 청와대 회의에는 이주열 총재도 참석했지만 한은이 유동성 공급의 조건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실제 집행 과정에서 논란의 소지는 있어 보인다. 당장 채권안정펀드만 해도 위험책임을 누가 지느냐를 두고 금융권과 정부, 한은 간 입장차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은은 비금융회사의 유가증권에 한은 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현행법상 취지에 어긋난다며 소극적인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