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내 기업들이 이제 막 길고 어두운 터널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처음엔 ‘중국발’ 위기에 불과한 줄 알았던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현재는 ‘리먼브라더스급’ ‘1930년대 대공황급’ 경제위기에까지 비견되고 있다.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기업들은 혹한기를 견딜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계약 취소가 속출하고, 위약금 요구 등 분쟁까지 휘말리는 상황까지 이어지면서 긴급 자금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이에 딜로이트그룹과 같은 전략컨설팅 펌에서는 긴급 자금 수요 충당을 위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같은 메자닌을 활용해 투자금을 모을 수 있다고 조언하고 나섰다. 또 최근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6개 대형 증권사도 6000억원가량의 투자예산을 확보해 메자닌 투자를 확대하고 중소기업에 자금이 유입되도록 하자고 결의한 바 있다.
메자닌은 채권과 주식의 중간 단계에 있는 상품으로, 채권을 사서 원금과 이자를 받거나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CB, 주식을 일정 수량과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고 채권을 사는 BW 등이 대표적이다. 투자자로서는 낮은 이자에도 주가가 올랐을 때 수익성을 보고 투자하지만 신용도가 낮아 돈을 쉽게 빌리지 못하는 회사들이 CB나 BW 발행을 하는 일이 많아 동전의 양면과 같은 투자로 꼽힌다.
이에 일각에서는 메자닌 투자의 함정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단기 자금 유치에는 좋은 옵션일 수 있지만 메자닌 경보음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코로나 사태로 이슈에서 한 발짝 멀어진 라임자산운용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에서도 메자닌 투자의 위험성이 드러난 바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하자 최근 메자닌 투자자들이 조기상환권(풋옵션) 행사를 쏟아내면서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투자자들이 서둘러 원리금 회수에 나서면서 ‘빚을 또 내서 빚을 갚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올해 1~2월 조기상환된 CB·BW 등 메자닌 상품 규모는 총 30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 2018년 4월 출범한 코스닥 벤처펀드가 과열시킨 메자닌 시장이 2년 후 부메랑이 되돌아온 것이다.
메자닌 투자가 한계기업에 무의미한 생명 연장을 지원하는 데 악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코로나 사태가 심각하긴 하지만 메자닌 투자 확대로 일단 수혈을 한다 하더라도 기업들이 상환할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계기업을 연명하는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기업들을 깊은 골짜기에 빠뜨리고 있지만 긴 터널을 빠져나올 때까지 버팀목이 될 ‘쓰지만 약 되는’ 투자 유치에 보다 집중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