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미증유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맞아 글로벌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처도 기존 방식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재정확대와 금리인하 등 전통적인 방식 이외에 소비진작을 위해 현금을 살포하거나 생계가 곤란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지원하는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주목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 경제수장들을 긴급소집한 자리에서 “지금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스(SARS·중증호흡기증후군)와는 비교가 안 되는 비상 경제시국”이라며 “정부는 과거에 하지 않았던 대책을, 전례없는 대책을 최선을 다해 만들어내야 할 것”을 주문해 주목된다.
과거의 경제위기 대응 방식과 차원이 다른 대응 방식 중의 하나는 소비 진작을 위해 현금 또는 현금처럼 쓸 수있는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안이다. 재정으로라도 경제활동을 촉진하겠다는 고육책이다.
홍콩은 18세 이상 모든 영주권자에 1만 홍콩달러(약 157만원)의 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수혜 대상자는 약 700만명이며, 예산 소요규모는 710억 홍콩달러(약 11조1000억원)에 달한다. 마카오는 현금처럼 쓸 수 있는 3000 파타카(약 46만원) 상당의 전자바우처를 영주권자에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바우처는 3개월간 유효하며 특정 식당과 소매점, 쇼핑센터에서만 사용하도록 제한된다.
대만도 전 국민에게 바우처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총 23억 대만달러(약 930억원)의 예산을 들여 모든 대만 국민에게 200 대만달러(약 8100원) 상당의 바우처를 제공하고, 이를 각각 전국 식당, 쇼핑지구, 문화·예술 활동, 야시장 등에서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호주도 연금생활자 등 약 650만명의 사회수당 수혜자에게 750 호주달러(약 58만원)를 이달말부터 지급키로 했다.
재난기본소득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일본과 마카오 등 일부 국가에서 실제로 도입되기도 했다. 이번에 재난기본소득이 다시 등장해 주목을 받는 것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단계에 진입하면서 파장이 과거 위기 때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 전주시가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취약계층에 52만7000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주시의회는 지난 13일 재난기본소득 지원금 263억원이 포함된 추경안을 의결, 실업자와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5만여 명에게 다음달 1인당 52만7000원이 지급된다. 지역은행 체크카드로 지급받아 3개월 이내에 전주에서 사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다른 지자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을 비롯한 현금성 지원방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2차 추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등 지자체 단체장들도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취약계층 지원과 소비진작을 위한 기본소득 지원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례 없는 대책’에 상당히 보수적인 편이다. 금리정책의 경우 일본이나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금융위기 당시부터 제로금리 정책을 펼치는 등 과감한 통화완화 정책을 펼쳤지만, 우리나라는 자금이탈이나 자산시장 버블 등을 우려해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현금이나 바우처 지급의 경우 최근 정부가 마련한 추경안을 통해 노인일자리 참여자 등을 대상으로 한 소비쿠폰 지급을 도입했지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논란이나 재정부담 등으로 확대 시행에 거부감이 크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팀에 ‘전례 없는 대책’을 주문해 주목된다.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 등으로 무섭게 확산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과거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타격을 받아 동시다발 침체 또는 공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얼마나 과감한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