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도 컴백도 줄줄이 타격…“재난급 사태에 적자의 연속”
한국발 입국 제한…한류까지 상처
“올 하반기 돼야 복구 가능…내년까지 코로나 여파 이어질 것”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제 막 데뷔를 앞둔 신인가수부터 전 세계를 호령하는 글로벌 스타까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앞에서는 예외가 없다. 쇼케이스는 무산되고, 공연은 취소됐다. K팝스타들의 해외 공연이 잠정 보류되며, 한류에도 심각한 상처를 입고 있다.
지금 가요계 곳곳에선 “메르스 때보다 더 힘든 상황이다”라며 “가요계의 모든 일정이 ‘올 스톱’되며 숨만 쉬어도 적자가 나고 있다”는 토로가 나온다.
▶ 데뷔도 컴백도 줄줄이 타격…“적자의 연속”=2, 3월은 가요계의 ‘컴백 대전’으로 점쳐졌다. 솔로부터 그룹까지 아이돌 선후배들이 연이어 복귀하며 화려한 한 달을 이어갈 예정이었다. 코로나19 초반만 해도 열 감지기 카메라를 설치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쇼케이스를 이어갔으나, 2월 말에 접어들며 사태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의 무관중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가요계의 모든 일정이 일시 정지됐다.
신인가수들의 경우 쇼케이스라도 한 번 열어 다수의 매체를 통해 얼굴을 알려야 하나 첫 단추부터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데뷔 쇼케이스를 취소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조율하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지며 결국 쇼케이스를 취소했다”며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는 것 자체가 하이 리스크를 떠안는 일인데 예기치 못한 재난급 사태까지 맞으며 적자의 연속이다”라고 말했다.
한 해 평균 50팀의 데뷔하는 가요계에서 이름과 얼굴까지 알리는 아이돌로 자리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까지의 모든 과정이 소속사의 사전투자로 이뤄지는데 시작부터 계획과 어긋나니 적자만 쌓이게 된 상황이다. 데뷔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가요 기획사들은 연습생들의 숙소, 식비, 레슨비 등에 한 해 평균 억 단위를 투자한다. 회사의 규모가 클수록 비용은 더 많이 든다. 업계 관계자는 “연습생들을 데리고 있으면 아무 것도 안 하는 것 같은데도 월 3000만원이 들어간다”며 “힘들게 데뷔까지 왔는데 데뷔전은 물론 온·오프라인 홍보 일정이 막혀버리니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버린 꼴이 됐다”고 말했다.
컴백하는 아이돌 그룹 역시 손해를 피할 순 없다. 3~4주의 컴백 활동 기간동안 매출과 지출 비용을 사전에 계획해 투자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대안 없이 마주 한 사태에 한숨만 늘고 있다.
또 다른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쇼케이스나 공연은 취소됐어도 지출이 줄지는 않는다”라며 “공연 준비 과정에 들어간 제반 비용, 프리랜서로 고용된 공연팀에 지급되는 비용과 회사 소속 스타일리스트, 매니저, 안무팀 등의 인건비가 막대하니 대관 취소 수수료까지 부담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행사 의존도가 높은 그룹들은 아예 모든 일정이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야구 시즌에는 시구 일정 등을 통해 신곡 홍보를 하고, 3월에는 각종 지자체 행사, 벚꽃 축제 등으로 정신없는데 지금은 모든 행사가 전면 취소돼 일거리가 뚝 끊겼다”고 설명했다.
▶ 해외 공연 줄취소…한류까지 휘청=코로나19로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하는 국가가 늘며 K팝 가수들의 해외 일정도 전면 취소됐다. 현재 한국발 입국자를 제한하는 국가는 109개국에 달한다. 특히 한일 양국간의 입국 절차를 강화하며 K팝 가수들의 일본 공연이 속속 취소되고 있다. 슈퍼주니어, 스트레이키즈의 일본 공연이 취소됐고, CJENM의 한류 페스티벌 케이콘 저팬은 연기됐으며, 다음달 예정된 트와이스의 일본 콘서트는 상황을 보고 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여파로 한류까지 휘청이고 있다는 불안감이 높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2월 중순까지는 코로나19의 확산 가능성을 염두해 해외 일정을 알아서 조정했다면, 이제는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해외 스케줄은 전면 중단됐다”며 “최근엔 국내 활동 이후 해외 투어가 일상화됐는데 코로나19로 1년 계획이 어그러졌다”고 말했다.
현재는 전 세계 각국의 입국 과정에서 한국인에게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 몰라 공연을 앞두고도 불확실성만 커지는 상황이다. 1년 단위로 사전에 계획한 해외 스케줄이 코로나19라는 변수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버렸다.
또 다른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예정된 공연까지 여유가 있더라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다른 나라에서 어떤 조치가 들어올지 몰라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처하는 것 말고는 현재로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투어 일정이 취소, 연기되며 한류에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올스톱된 일정을 재개하고 복구하려면 올 하반기는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 공연이 대거 취소되며 올 하반기는 공연장 대관 대란이 일 것이고, 모든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선 내년 상반기까지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중문화계의 피해가 커지며 업계에서도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한국연예제작자 협회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실태 조사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에 건의해 대중문화산업계 지원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