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가입때 판매수수료 항목
백화점·마트 비유땐 일종의 자릿값
서비스가 부실해도 못 돌려받는 돈
국내서도 논란…인하 목소리 높아져
기대수익률 2%, 원금손실 100%까지 가능, 그런데 수수료율은 4.93%
지난해 문제가 됐던 독일 국채금리 연동 파생결합상품(DLF)의 투자조건이다. 원금을 모두 날릴 정도의 위험도 가능한데 기대수익률은 쥐꼬리인데다, 수수료율이 수익률을 넘어서는 기형적 구조다.
수수료를 세분하면 상품설계 및 헤지수수료 3.43%, 발행수수료 0.39%, 운용수수료 0.11%, 그리고 판매수수료 1%다. 앞의 3개야 상품을 만드는 데 원가라고 치더라도, 마지막 판매수수료는 사실 뭔지 애매하다.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가 고객이 상품에 가입할 때 떼어가는 돈인데, 도대체 무슨 대가일까?
백화점이나 마트와 비유하면 판매수수료는 일종의 자릿값이다. 좋은 물건을 골라서 잘 진열하고, 고객에게 설명도 해주는 게 소매점의 역할이다. 물론 상품과 관련된 1차 책임도 진다. 제조상의 잘못이면 물건을 만든 쪽의 책임이지만, 제대로 물건을 고르지 못해 불량품을 팔았다면 판매자의 책임이다.
금융상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투자기간 동안 고객이 권리행사와 관련된 서비스를 해준다. 여기에는 투자위험이 커질 경우 이에 대한 조언 요구에 성실히 응할 책임도 포함된다.
문제는 판매수수료는 대부분 먼저 돈을 떼어가는 형태이다 보니 제대로 된 서비스를 못받아도 돌려받을 수 없다. DLF 투자자들의 무더기 원금손실 사태가 벌어지자 은행들이 뭇매를 맞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럼 은행 등 금융상품 판매사들이 떼어간 수수료는 과연 어디에 쓰일까? 역시 백화점이나 마트에 비유하면 판매직원 인건비와 판매 과정에서 든 비용으로 쓰이는 게 대부분이다. 고객에게 안내용으로 배부하는 펀드 설명자료 등을 만드는 비용도 포함된다. 구체적인 사용처는 기업비밀인 원가에 해당하는 만큼 물론 대외비다.
다만 자본시장법 시행령에는 큰 틀에서 공모펀드(집합투자증권)의 수수료를 정하는 상한선을 제시하고 있다. 수수료가 납입금액이나 환매금액의 2%를 넘을 수 없다. 판매보수도 따로 한도가 있는데 자본시장법 시행령 상 펀드 연평균가액(1년간 적립한 평균금액) 1%을 넘을 수 없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이같은 제한이 없다. 그래도 개인을 상대로 한 금융상품 판매수수료는 1%를 넘지 않는 게 관례다. 통상 주식형이나 파생상품 펀드의 수수료율이 높고 채권형은 낮게 책정된다. 투자위험도가 높거나 상품의 난이도가 높을 수록 수수료율도 비례해서 높아진다.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금융상품 수수료율이 논란이 됐다. 수수료율이 높은 액티브펀드 보다 수수료율이 낮은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장기투자를 할 수록 수수료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연간 수수료율이 1.5%라면 10년 투자시 무려 15%다. 매년 플러스 수익이 날 지 장담할 수도 없고, 저금리 저성장이 고착화된 선진국에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국내에서도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자본시장연구원이 펴낸 ‘공모펀드 시장 침체의 원인과 대응 과제’ 보고서에선 ‘판매시장의 경직성’이 공모펀드시장 침체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펀드와 클래스가 같다면 판매사를 막론하고 수수료가 똑같이 정해지는 구조에선 가격 경쟁이 일어나기 힘들고, 투자자의 비용 부담만 늘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