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투자상품 판매수수료 증가는 이자수익의 악화의 반대급부다. 저금리 시대에 이른바 ‘이자 장사’로 남는 게 없어지니 수수료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일반적인 은행 거래에 따른 수수료율을 올리는 것은 공적 성격을 지닌 금융기관으로서 부담스럽다. 이에 은행들은 전문적인 자산관리(WM)를 원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투자상품을 판매하고 수수료 수익을 얻는데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국내 5대 은행들이 파생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2조원 대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
작년 3분기 기준 국내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은 1.55%로 전년동기 대비 0.1%포인트 떨어졌다. 금융권에서는 순이자마진이 0.1%포인트 하락의 경우 이익은 평균 11%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NIM은 은행 이자이익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치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저금리, 대출규제 강화로 은행의 이자이익 성장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산관리(WM)나 투자은행(IB) 등을 중심으로 이익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자이익 수익성 악화의 돌파구를 비이자이익의 중심인 수수료에서 찾고 있다. 이미 주요국 은행들은 전체 이익 가운데 수수료이익이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10%에도 못 미친다.
송금수수료, 자동화기기 인출 수수료 같은 대고객수수료율이 다른 국가 은행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당장 해당 수수료율을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투자상품 판매수수료다. 자산운용사에서 운용하는 투자상품을 은행이 대행해서 팔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고령화, 저성장에 따른 자산관리 수요가 증가하고 관련 규제가 완화돼온 배경도 은행권 WM서비스의 대중화에 한몫했다.
실제 최근 작년 실적이 발표된 3대 은행의 상품판매 수수료이익은 총 5413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2%로 증가했다.
최근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사태 등 은행에서 판매된 투자상품들이 문제가 되면서 투자상품 판매수수료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은 원금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은행들은 막대한 판매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편법적으로 판매 수수료를 끌어 모았다는 비판도 거세다. 대표적으로 ‘펀드 쪼개기’다. 사실상 공모펀드를 ‘시리즈펀드’ 형식의 사모펀드로 나눠서 판매하거나, 연 단위 만기를 4개월 또는 6개월 기준으로 토막내 판매 수수료를 이중 삼중으로 수취했다는 것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일련의 금융상품 사고에서 만기 쪼개기, 불완전판매 등으로 은행들이 판매수수료를 많이 걷는데만 집중했다”며 “금융소비자보호, 내부 통제 등을 강화해 수수료 수익만을 생각하는 영업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WM서비스와 관련해 자문수수료도 받지 않고 있다”라며 “운용사 상품을 대행해서 판매하며 인건비와 시스템 관리비 그리고 사후 관리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판매 수수료를 안 받을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