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확산에 ‘자체 비상령’
非중국 해외출장도 ‘난감한 선택’
박람회등 해외행사 최소인원 참석
신종 코로나의 확산 속도와 방향이 예상할 수 없는 정도로 흐르면서 기업 내부에서 ‘마스크 회의’도 등장했다. 중국과의 접점이 없는 중소·중견기업들도 ‘자체 비상령’을 발동한 셈이다.
유진그룹은 지난달 29일 유진빌딩에서 열린 그룹 경영진 회의에서 유경선 회장 이하 임원진이 마스크를 쓰고 참석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는 내부에서의 감염 위험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갖고 만전의 준비를 다해야 한다는 그룹 차원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그룹은 레미콘과 건자재 등 건설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금융, 문화콘텐츠 등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견 기업이다. 중국과는 접점이 거의 없고, 사업모델이 내수에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 중국을 다녀오지 않은 이들 중에서도 확진자(국내 6번째)가 나오는 등 우한 폐렴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유진그룹같은 만반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진그룹은 설 연휴가 끝나자 마자 전 계열사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지침을 내리고 임직원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을 다녀온 임직원 현황을 조사하고, 해당 인원의 이상 여부를 추적 관찰했다. 직급별 교육 등 계열사마다 실시하는 교육은 잠정 연기했고, 저축은행 창구 직원 등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들에게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주방·생활용품 기업인 락앤락은 최근 ‘중국 출장 자제령’을 내렸다. 락앤락은 소주와 만산에 생산 법인을, 북경과 심천, 상해, 산동에는 영업법인을 두고 활발하게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텀블러 등을 주력으로 시장을 개척중이지만 중국 법인에서 생산부터 판매까지 총괄하는 구조라 국내 본사와 접점은 크지 않다. 출장 등으로 인력이 오가는 경우도 많지 않지만, 위험 예방 차원에서 ‘자제령’을 내렸다는게 락앤락 측 설명이다.
기업마다 중국과의 직접 접촉을 최소화 하고 자체 예방수칙을 동원하고 있지만, 비(非) 중국 해외출장은 ‘난감한 선택’이다. 중국 행사라면 주최측에서 취소를 했거나 기업이 참석하지 않는 등 ‘결단’을 내릴 수 있는데, 중국이 아닌 해외 행사는 쉽사리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행사가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재 박람회인 암비엔테다. 국내 주방·생활용품 기업 중에서는 락앤락과 글라스락, 코멕스산업 등이 암비엔테에 참가할 예정이다. 앞서 독일과 프랑스, 핀란드에서도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온 바 있다. 유럽도 ‘안전지대’가 아닌 셈이다.
사람이 밀집된 장소, 특히 근거리에서 업체와 바이어가 상담을 하는 박람회 같은 행사는 피하는게 질병 예방의 기본이다. 그러나 암비엔테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안 갈 수 없다는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글라스락 측 관계자는 “미주와 유럽 등을 중심으로 전 세계 주요 바이어들이 모이는 세계 3대 소비재 박람회다 보니 참가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매년 초에 열리는 행사여서 그 해 글로벌 시장 공략의 첫 걸음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국내 업체들은 출장 규모를 줄이고 개인 위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불안을 덜고 있다.
락앤락 관계자는 “매년 큰 규모로 참여했던 행사인데, 올해는 독일 현지법인 중심으로 진행하고 한국에서는 전시회 관련된 필수 인원으로만 최소 규모로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라스락 측도 “작년보다 참가 직원 수를 줄여 10명 이내로만 움직이고, 마스크 등 개인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할 계획”이라 말했다. 코멕스산업은 7명의 단출한 규모로 암비엔테에 참석할 예정이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