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2020년초 한국 체육계에서 큰 이슈가 됐던 지방체육회장 선거가 지난 15일까지 모두 끝났다. 17개 광역단체와 228개 기초단체의 체육회장이 선출됐고, 이들은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가 지난 29일부터 31일까지 실시한 ‘2020년 지방체육회장 한마음 워크숍’에 대부분 참가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지 않은 곳이 있다. 먼저 경기도체육회의 선거관리위원회(이하 경기도 선관위)는 지난 19일 선거무효와 함께 이원성 당선인에 대한 당선무효를 의결했다. 이어 지난 30일에는 인천시체육회 선거관리위원회가 강인덕 당선인에 대해 당선무효를 결정했다. 체육계에서는 지난 8일 선거를 치른 인천이 뒤늦게 당선무효를 선언한 데는 경기도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교롭게도 두 곳은 현직 지방단체장(도지사, 시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후보가 모두 2위로 낙선한 지역이다. 해당 체육회가 꾸린 선관위 자체가 특정후보에 유리한 인물들로 구성됐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경기도체육회장 선거에서는 도대체 어떤 의혹들이 있었고, 당사자인 선관위와 체육회는 어떤 해명을 내놓고 있을까? 이원성 당선인 측이 지난 22일 수원지방법원에 '당선무효 등 효력정지 및 재선거 실시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고, 향후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당선무효가 아닌 ‘선거무효’와 공정성에 대해 경기도 체육회와 선관위에 꼼꼼한 팩트체크를 시도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황당함’ 그 자체였다. 팩트 자체도 그렇지만, 그들이 보인 반응이 심각했다. 하나, 우리가 잘못은 했지만, 사과는 못하겠다경기도 선관위는 선거무효의 이유로 ‘선거인 21명이 주민등록번호상 오류가 있음에도 선관위의 심의·의결없이 체육회 직원의 임의 결정에 따라 투표했다’고 밝혔다. 이 경기도체육회 직원은 선거기간 중 선관위의 간사로 행정업무를 도왔다. 따라서 경기도 선관위, 혹은 경기도체육회 스스로가 선거를 무효로 만들어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이다. 이런 큰 실수를 했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심지어 사과나 유감표명도 없었다. 이를 경기도 선관위에 물었더니 이달주 위원장(태안초 교장)은 “사과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책임이 있지만, 가처분신청이 끝날 때까지 입장표명을 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선거는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야기한다. 선관위의 행정착오는 자신들이 밝혔듯이 법원의 판단과 상관없이 스스로 범한 중대과오다. 그런데 ‘법원판단이 나올 때까지 입장표명을 미룬다’는 것이다. 잘못에 대한 사과는 빠를수록, 진심이 담길수록 좋은 것이다. 초등학교 도덕책에 나오는 내용을 어른들이 지키지 못하는 것이다. 또 이렇게 큰 잘못을 한 직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징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선거를 실시할 만큼 큰 실수이면 중징계감인데 말이다. 되려 더 좋은 보직으로 옮겨준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둘, 기상천외한 공보물 투명봉투경기도 선관위는 기호 1번 신대철(163표), 2번 이태영 후보(104표), 3번 이원성(174표) 후보로부터 공보물을 받아 유권자들에게 발송했다. 그런데 세 후보의 공보물을 한데 담은 공보물 봉투가 투명으로 제작돼 있었다. 그리고 담긴 순서는 기호순 대로 1번 신대철 후보의 공보물이 맨앞에 놓여졌다. 특정후보가 도드라지게 보인 것이다. 이에 이원성 후보와 이태영 후보는 편파적이라고 반발했다. 경기도 체육회 측은 “선관위에 확인한 결과 준비기간이 길지 않아 포장봉투를 제작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 구입해서 발송하는 과정에 벌어졌다. 공보물 포장에 대한 규정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관련업계에 확인해보니, 투명비닐보다 종이봉투를 구입하는 편이 더 편리했다. 투명비닐봉투에는 송수신자 표기를 스티커용지로만 해야하기 때문이다. 극히 상식적이다. 그리고 설사 투명비닐봉투로 했다면, 담는 순서를 1, 2, 3번 기호를 번갈아가며 담는 것이 상식이다. 선거관리는 공정함이 생명이다. 바쁘다고 ‘작은 공정함’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더 황당한 것은 앞서 이 문제를 선거관리위원장에게 직접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이었다. “투명비닐이요? 그걸 문제 삼는 사람도 있습니까?“예,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드리는 겁니다.”“참 나(어처구니없다 식의 웃음).” “아니, 이게 그렇게 웃을 일입니까? 진중하게 답변해주시죠.”“답변할 가치가 없습니다.”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달주 위원장과 안을섭 부위원장, 그리고 6명의 위원이 있다. 안 부위원장은 신대철 후보와 대림대학교에 함께 근무하는 동료교수다. 이들이 자신들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시정조치나 사과도 없이 재선거을 결정했고, 2월 중 재선거까지 선거관리 업무를 그대로 담당한다.
셋, 이게 선거운동이 아니라고?A 씨는 경기도체육회의 경기운영본부장이다. 경기도체육회 내에서도 제법 높은 지위이다. A 씨는 지난해 12월 27일 신대철 후보의 경기도체육회장 출마를 알리는 지역신문의 기사를 다수의 경기도체육인들을 대상으로 SNS를 통해 전달했다. 체육회장선거에서 선거운동은 출마자 본인만 선거운동 기간에 할 수 있다. 특히 공무원의 정치적중립의무처럼 도체육회 직원의 선거운동은 죄질이 아주 나쁘다. A 씨는 다른 두 후보의 출마기사는 SNS를 통해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물증은 없지만 노골적으로 신 후보의 선거운동을 했다는 추가의혹이 있다. 이에 대해 A 씨는 처음에는 “SNS 링크를 보낸 적이 없다”고 발뺌하더니, 증빙자료가 나온 후에는 “수신인의 요청으로 신문기사를 카카오톡으로 전송했을 뿐 지지를 요청한 사실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수신인의 요청?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또 설령 요청이 있었다고 해도 경기도체육회 직원으로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이 사실에 대해 경기도체육회에 정식으로 해명을 요청했더니 홍보팀장이 “그걸 저희가 답해야 합니까?”라고 되물어왔다. 체육회직원이 부당하게 선거에 개입한 명백한 증거가 나왔는데 그걸 해명해야 하느냐고 되물어온 것이다. 확실한 서면답변을 요구하니 ‘이번 사항에 대해 선관위 이의접수가 없었다. 별도의 조치는 없다’는 짧막한 답변이 왔다. 경기도체육회장 선거의 관권개입과 관련해서는 더 많은 의혹이 있지만, 이상은 팩트가 확인된 것에 대해서만 취재한 내용이다. 아이들의 학교선거에서도 이러지 않는다. 선관위가 자기잘못으로 재선거를 의결하면서 사과를 하지 않고, 특정후보에게 유리한 투명비닐봉투를 사용하고, 엄격히 선거운동이 금지된 체육회 직원이 특정후보에게 유리한 행동을 했다. 모두 공직선거였다면 법의 심판을 받을 일들이다(물론 이번 사건들도 향후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재선거에 앞서 코미디 같은 이런 일에 대한 명쾌한 해명, 그리고 잘못을 일벌백계로 바로 잡는 조치가 먼저 있어야 한다.
sport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