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롯데 VCM…작년 파격 인사 후 첫 회의
“국내외 불확실성 커져…급격한 변화에 대응해야”
과거 전략 전면 재검토·과감한 투자·조직 유연성 당부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오늘은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하지 못할 것 같다”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이 작정하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31층에서 열린 롯데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옛 사장단회의)에서다.
작년 말 전체 계열사의 40%가 넘는 22개사 대표를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신 회장은 새 임원들을 만나는 이날 자리에서 “아직까지 미흡한 점이 있는 것 같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적당주의에 젖어 있어서는 안된다” 같은 강한 질책성 발언들을 쏟아냈다.
신 회장의 강한 발언이 이어지자 황각규, 송용덕 부회장을 비롯한 유통·화학·식품·호텔&서비스부문(BU)장, 각 계열사 사장 등 100여명의 표정엔 무거운 긴장감이 회의 내내 감돌았다고 한다.
신 회장은 무엇보다 기존 관습을 과감히 깰 것을 주문했다. 그는 “롯데 그룹은 많은 사업 분야에서 업계 1위에 오르며 성장해왔지만 여전히 이런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과거의 성공 방식에 매달리거나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는 ‘적당주의’에 젖어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룹의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의 실적 부진, 여러 계열사의 성장 둔화를 우려한 발언이었다.
신 회장은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고도 했다. 그는 “현재 경제 상황은 과거 우리가 극복했던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저성장이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된 지금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기업의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은 급격한 변화에 직면한 롯데가 시장의 판도를 바꿔나가길 주문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 둔화, 국가간 패권 다툼, 지정학적 리스크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령화, 저출산, 양극화, 환경 문제 등 전 사업부문에서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도 밝혔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변화의 시대에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살아 남기 위해서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스스로 기존의 틀을 깨고 시장의 룰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롯데의 현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업부문의 수익성과 미래 성장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기반한 자원 배분과 투자를 진행해 줄 것을 각 계열사 대표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시대에 뒤떨어진 전략은 재검토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과감하게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
혁신을 위한 조직 유연성도 강조했다. 그는 “변화를 위해서는 직원 간 소통이 자유로운 유연한 조직문화를 정립하고 직원들에게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심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데 아직까지 미흡한 점이 있는 것 같다”며 “모든 직원들이 ‘변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열정과 끈기로 도전해 나가는 ‘위닝 컬처(Winning Culture)’가 조직 내에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쓴소리와 함께 격려 또한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작년 말 대규모 임원인사에 대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여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젊은 리더들을 전진 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계열사 대표들에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위축되지 말고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도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