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SBS 월화드라마 ‘VIP’는 불륜드라마의 얼굴을 더욱 디테일하게 드러낸다. 성운백화점 박성준 이사로 나오는 이상윤은 옥상에 갇혀 비를 맞고 있는 아내 장나라(나정선)와 불륜 상대녀 온유리(표예진)중 누구에게 우산을 씌워줄 것인가? 마치 사랑의 스튜디오에서 사랑의 작대기가 어디로 향할 것인가를 연상하게 할 정도다. 결과는 이상윤이 결정을 망설이다가 누구에게도 가지 못한다.
하지만 이상윤은 점점 대놓고 불륜을 행한다. 이제는 온유리와 함께 생일을 보내고 온유리 엄마의 납골당에도 함께 간다. 불륜확신범.
한 드라마 평론가는 이런 이상윤을 두고 ‘불륜의 아이콘’이라고 말한다. 온유리도 장나라에게 자신이 이상윤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용기를 내(?) 설파하는 단계다. 장나라가 보기에 가관이다.(너희들이 뭘 잘했다고!!) 이에 장나라는 업무로 남편에게 싸늘한 복수를 하려고 하면서, 박성준의 파멸을 예고하고 있다.
이상윤의 불륜 이미지는 전작인 ‘공항 가는 길’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공항 가는 길’은 이상윤과 김하늘이 겉으로는 불륜 관계지만, 불륜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해(불륜 미화라고 볼 수도 있지만, 기자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적지 않은 응원을 받았다. ‘귓속말’에서는 치정불륜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이상윤의 연기가 돋보이지 못했다.
이상윤은 ‘VIP’에서 불륜 이미지로 무엇을 얻었을까? 일단 초중반에는 답답했다. 이상윤은 “적당히 나쁜 것보다 제대로 나쁜 게 낫더라고”라고 말하면서도 “정선아” “갈게”라는 초절제 대사들만 사용해 계속 고구마를 안겨주었다. “이상윤에게 대사 좀 줘라”는 요구가 이어질 정도였다. 이상윤에게는 ‘답답한’ 이미지에다 ‘더러운’ 이미지도 약간은 추가됐다. 군데군데 이상윤의 연기가 딱딱하고 어색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극중 이상윤은 능력도 있지만, 성운백화점 하재웅 부사장(박성근)의 여자들을 정리해주다 하재웅 라인이 돼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임원도 되고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 부사장이 바람을 피다 낳은 딸 온유리와도 그런 과정에서 만나 연민도 느끼다가 결국 사랑하게 됐다. 만남 자체부터가 아름답지 못하다. 14회에서는 이상윤이 부사장의 내연녀인 이수정이라는 여성과 함께 부사장의 차명주식을 관리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VIP’에서 현재까지 이상윤의 불륜 이미지는 답답하고 더러운 이미지다. 2회밖에 남지 않은 이 불륜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에 따라 이상윤의 이미지는 개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차해원 작가는 “비밀에 관한 이야기지만 결국 위로와 치유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는데, 이상윤을 파멸시키는 방법 외에 어떻게 위로와 치유를 던질 수 있을지 그 묘수가 궁금하다. 어쨌든 남자주인공 이상윤의 극중 이미지를 조금은 회복시켜 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