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무효 우려…현장은 지금
“어떻게 되는거냐” 전화기 불나
조합 직원 “공문 받은것 없다”
한강변 5000세대 사업비 7조
서울시 “조합, 현명한 판단 기대”
“아직 공문 내려 온 것은 없대요. 어휴 괜찮대요. 괜찮대. 28일 총회에서 어디가 나을까. 세 곳 중 어디가 좋은 것 같아요?”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독서당로의 가파르고 좁은 골목을 60대 남성은 넘어지지 않도록 보폭을 좁혀 내려오며 조합 사무실로 올라가는 기자에게 말을 붙였다.
뒤를 이어 50대 여성 두 명도 “조합의 설명을 들으니 안심이 된다”면서 대의원회의 참석을 이야기했다. 조합사무실을 오르내리는 골목에서 이들은 서로의 걱정을 내려놓는 듯 했다.
이 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한남 3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에 입찰한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 등 3개사가 입찰 무효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후, 조합 사무실은 사업 지연을 우려하는 조합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관련기사 3면
한강변 5000세대가 넘는 대규모 정비사업에 사업비만 7조원. 정비업계 대어로 불리며 당장이라도 부촌지역으로 거듭날 듯 알려졌지만, 재개발 전 현 상황은 낙후된 주거지역의 전형적 모습을 띄고 있다.
‘한남 더 힐’과 ‘한남 리첸시아’ 등 한남대로 건너편 고가 주택 단지에서 도보로 15분이면 도착하는 한남3구역 조합 사무실은, 성인 두 명이 몸을 붙이고 겨우 빠져나갈 정도의 좁다란 골목이 경사가 급한 언덕 길로 이어졌다. 차는 반대편 한남 하이페리온으로만 접근 가능했다.
2006년 10월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재정비 촉진지구로 지정된 이 지역은, 무려 13년 째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다. 혹시나 사업이 지연될까 싶어 조합원들은 문턱이 닳도록 조합 사무실을 찾았다.
조합 사무실 문을 열자 세 명의 근무자들은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
“전화기에 불이 나고 있어요. 네. 걱정 마세요. 일정대로 총회를 진행합니다”
“선생님, 아직 입찰 무효 처분이 난 것은 아니고요. 입찰 무효를 받을 수 있는 사항이 있다는 것으로 아직 구청에서 공문을 받지 못했어요. 28일 총회는 예정대로 합니다”
사무실 근무자들은 잠시 전화벨이 멈추자, 입구에 선 기자를 알아보곤 “언론에 언급되지 않고, 주목받지 않는 것이 지금으로선 도움이 된다”며 문밖으로 밀어냈다.
이수우 조합장은 이날 오후 4시 30분경 차량을 이용해 여러명의 남성과 함께 조합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오전에 서울시를 방문해 입찰 무효 사유로 지목된 것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조합장은 입을 굳게 다물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함께 뒤따라온 이들은 서류 뭉치를 들고 “변호사에게 검토를 부탁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정부가 3개 건설사에 수사를 의뢰한 만큼, 이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시사한 것이다.
한남3구역 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28일 예정대로 총회를 진행한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기획관은 “조합이 스스로 입찰 참여 건설사들의 도시정비법 위법 사안을 발견해 제안서를 무효로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서 “조합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합이 3개사의 입찰 무효를 결정할 경우, 3개 건설사가 각각 부담한 입찰보증금 1500억원은 조합으로 몰수된다. 재입찰로 인해 사업의 속도도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성연진 기자/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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