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2개월 후 시행인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준비가 안됐다는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이 더 강해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달 초 500여개 중기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6%의 기업들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앞서 중앙회가 300개 기업 대상으로 조사를 했을 때는 이 같은 답변 비율이 56%였다. 중기중앙회 측은 시행이 가까워지자 준비가 미흡하다고 판단한 곳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작업장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게 벌써 1년이 넘었다. 근로시간 단축이 오는 2020년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것은 예정된 순서였다. 다음 순번을 뻔히 알면서도 중기들이 준비를 하지 못했던 데는 고질적인 인력난이 있다.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되면 하루 2교대제로 운영됐던 생산직이 3교대제로 바뀌어야 한다. 추가 인력 채용이 필수지만 중기 생산직의 인력난은 만성이라 할 정도다. 시장점유율 업계 1위를 하는 중기도, 1990년대에 코스닥에 상장한 중견기업도, 생산직 근로자를 채우는 일이 가장 큰 고민이라 토로한다. 생산직 자체를 꺼리는데다 중소기업 생산 공장은 대부분 지방에 있다. 제조 중기들은 기숙사나 통근버스까지 지원해도 직원 구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인력난을 넘더라도 비용 부담이 남아 있다. 추가 인력 채용은 필연적으로 인건비 상승을 불러온다.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인건비도 상승곡선을 그려온터라 2중, 3중의 고충이 있다는게 중기들의 호소다.
비용의 문제는 사용자뿐 아니라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3교대제로 늘면 임금소득 감소를 피할 수 없다. 지난해 5월 중기중앙회가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평균 임금은 월 247만1000원에서 근로시간 단축 이후 220만원으로 11% 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사용자는 당장 범법자가 될 판이라며 발을 구르고, 근로자 역시 소득 감소라는 내키지 않는 결과를 안아야 한다. 중기들이 처한 실태와 맞지 않는 이 혼란을 정부는 정말 예상 못했을까.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게 필수다. 근로시간 단축이 논의될 때부터 중기들이 내왔던 목소리는 한결 같았다. 인력난 와중에 시행하기는 부담이란 우려가 이제서야 정책 테이블에 올라간 것은 발 등에 불이 떨어진 다음에야 돌아본 격이다.
정부가 보완책으로 고집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도 과연 중기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고 있는 안인지 의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4일 “탄력근로제 관련 법 개정이 최우선 과제”라고 전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탄력근로제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1년을 주장하며 맞선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의 판단은 다르다. 중기중앙회의 이달 설문조사에서는 유연근무제에 대해 ‘사용을 하지 않으며, 향후에도 고려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80.2%나 됐다. 업무 특성상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거나 검토하는 기업들의 답변에서도 탄력근로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정부 판단과 다소 온도차가 보였다. 유연근무제 시행 기업들 중에서는 탄력근로제를 택한 비중이 81.4%로 압도적이었고, 선택적 근로시간제(18.6%)나 재량 근로시간제(8.5%)는 비중이 매우 적었다. 하지만 검토중인 기업들은 탄력근로제(67.5%) 못지않게 선택적 근로시간제(30.0%)나 재량 근로시간제(18.5%)를 관심있게 봤다. 굳이 탄력근로제 하나에 대안을 ‘올인’할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달 고용노동부의 조사에도 비슷한 대목이 있었다. 당시 근무시간 단축을 준비중인 기업 중 탄력근로제가 포함된 유연근무제 도입을 대안으로 택한 기업은 38.1%(중복답변)에 불과했다. 기존 근무체계를 개편하거나(67.5%)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45.2%) 등의 대안이 더 많았다.
정부 조사에서조차 탄력근로제가 절대적인 대안이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기업들은 ‘직무별로 세분화 해달라’, ‘OEM기업에 맞는 안을 내달라’며 섬세한 정책을 주문하는데 정부는 6개월, 야당은 1년을 두고 줄다리기만 반복하고 있다. 정쟁이건 정책이건, 대체 현장 목소리를 듣기는 하는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