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적합업종 등 규제 위주 정책이 가로막아

경쟁력 하락은 '영세성' 탓...높은 원가, 마진 악화도 원인

“규제 줄인 선진적인 식품정책 필요”

국내 식품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영세성을 탈피하는 규제 완화와 육성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 모습.
국내 식품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영세성을 탈피하는 규제 완화와 육성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 모습.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 한국 식품기업의 경쟁력 하락은 영세한 구조가 고착화한 탓이 크다. 전문가들은 영세한 한국 식품산업 구조가 규제 위주의 정부 정책, 높은 원가에 따른 마진 약화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진입 규제는 대기업 투자, 연구개발에 제약을 둬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국내 식품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영세성을 탈피하는 육성정책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업이익률 OECD 최하위, 왜?=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식품기업의 영업이익률은 4.5%로 OECD 27개국 중 25위를 기록했다. OECD 국가 평균 영업이익률(9.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글로벌 식품기업이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품목간 시너지를 추구하는 데 반해 개별품목 중심으로 소규모 업체들이 난립하는 구조가 수익성 부진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식품 산업 자체가 매우 파편화 돼 있다”면서 “경제학적으로 가장 좋은 산업 구조는 큰 기업들 몇 개가 있고 중견기업이 허리를 담당해주고, 그 다음에 영세 기업이 틈새를 채우는게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 식품기업은 대기업이라 부를 만한 곳이 손에 꼽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 상위 5개 식품기업(CJ제일제당·하림·대상·동원·삼양) 매출액의 합은 42조3000억원으로, 글로벌 1위인 네슬레 한 개 기업 매출(103조8000억원)의 40.8%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식품기업 중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 비중은 1.1%로(56개사·2016년 기준) 극히 적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심팀 팀장은 “우리나라 식품기업수는 지나치게 많지만 김치면 김치, 김이면 김처럼 단일품목 중심의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으로 종합식품기업이 외국처럼 많지가 않다”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운 구조로 품목 간 시너지를 추구하는 외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원료 가격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원인 중 하나다. 문 교수는 “식품산업이 결국 농산물로 이뤄지는 것인데 우리나라 농산물 자체가 원료 가격이 높다”며 “수입 식품과 경쟁하려면 가격 낮추는 노력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수입 원료를 쓰거나 국내 원료를 쓰면서 마진을 적게 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면 생산 비용이 낮아지고 마진 폭을 올릴 여지가 있지만 파편화된 산업 구조에서 그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각종 진입 규제로 성장력 둔화=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등 정부 규제도 식품산업의 영세성을 고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영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을 마련했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5년간 대기업이 이 분야 사업을 확대하거나 진입할 수 없다. 위반하면 매출의 5%까지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앞서 권고 사안이었던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비해 법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73개 대상 품목 가운데 약 40%가 식품에 해당해 제조업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표 품목은 장류, 두부, 김치 등이다.

식품업계는 이러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결국 해외 진출과 제품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바뀐 셈인데 김치, 장류 등은 대기업 투자를 통해 한식 대표 제품으로도 키울 수 있는 품목”이라며 “글로벌 시장 도약에 R&D 투자 등이 위축되면 사업 확장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소상공인 보호라는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법 취지가 소상공인 보호이지만 이들 제품은 매우 영세한 수준으로 기업 제품과 시장 자체가 다르다”며 “오히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산업 자체를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6조 달러 거대 산업…인식 전환해야=우리나라 식품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육성정책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식품산업은 연간 세계 시장 규모가 약 6조 달러로 자동차 시장(약 1조 4000억 달러), IT시장(약 1조 달러)보다 4~6배 큰 거대 산업이다. 하지만 국내 산업정책은 규제 일변도로 이어져 선진적인 전략이 부재하다. 각종 진입 규제를 줄이고, 식품도 혁신 산업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상호 팀장은 “식품산업은 여러가지 구조적인 진입 규제에 장벽이 촘촘히 형성된 상태”라며 “식품 기업도 종합식품기업으로 나아가야 시너지 효과가 창출되고 기호에 맞는 전략적 식품 육성이 가능하다. 수출도 국내 테스트 베드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전세계에서 금융을 제외한 가장 큰 산업이 먹거리 산업이지만 이에 대한 국가적 혁신 전략은 선진적인 전략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정부가 글로벌 식품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한다면 규제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