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구례·곡성·순창·담양 잇는 ‘장수벨트’

깨끗한 자연·건강 먹거리 ‘長壽마을’ 유명

벚꽃·신록·만산홍엽·눈꽃 ‘4계절’이 뚜렷

찐빵 만들기·고추장 마을 ‘체험공간’ 다채

대나무숲·한옥마을 등 가는 곳이 ‘포토존’

[테마별 농촌 가을여행 - 본지·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어촌공사 공동기획] 눈호강에 입호강까지…‘구곡순담’ 장수비결에 매료되다
섬진강 대나무숲. [구례군청 제공]
[테마별 농촌 가을여행 - 본지·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어촌공사 공동기획] 눈호강에 입호강까지…‘구곡순담’ 장수비결에 매료되다
백일홍 만개한 담양 명옥헌원림. [담양군청 제공]
[테마별 농촌 가을여행 - 본지·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어촌공사 공동기획] 눈호강에 입호강까지…‘구곡순담’ 장수비결에 매료되다
태안사. [곡성군청 제공]
[테마별 농촌 가을여행 - 본지·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어촌공사 공동기획] 눈호강에 입호강까지…‘구곡순담’ 장수비결에 매료되다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가 노래하고, 길섶 코스모스가 산들바람을 부추긴다. 계절에 맞추듯 여행 트렌드에도 변화가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폭염 속 휴가 보다는 풍요의 계절에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 특히 일본의 경제도발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자발적인 일본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실속 있는 농촌체험여행이 더욱 더 각광받고 있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어촌공사가 공모를 통해 특별 엄선한 ▷예산 코스 ▷강진 코스 ▷남해 코스 ▷장수벨트 ▷남해·하동 코스 등 ‘테마별 농촌가을여행 코스 5選’을 차례로 소개한다.

한국에서 장수(長壽)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구곡순담’이 먼저 떠오른다. 전라도 ‘구례군-곡성군-순창군-담양군’으로 이어지는 ‘장수벨트’ 지역을 지칭하는 단어다. 박상철 서울대 교수가 100세 이상 노인이 많은 이들 지역을 연구하면서 ‘장수벨트’라 이름 붙였다.

인위적으로 만든 이미지가 아니다. 오래 살 수 있었던 비결이 곳곳에 숨어있다. 박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4개군 지역 어르신들은 낙천적이며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자존감도 높다. 자연스레 이같이 생활할 수 있었던 자연환경, 먹거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장수의 비결을 1박2일 동안 살펴본다는 거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무엇보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체험 나들이로 제격이다. 몸속에 ‘장수’ 습관을 새길 수 있는 기회이다. 4개군이 서로 인접해있어 한번에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만든 ‘구례군’=출발은 ‘구곡순담’의 첫 번째 단어, 전남 구례군이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아름다운 땅이다. 봄이면 섬진강 연안도로에 화사한 벚꽃, 여름이면 계곡마다 짙은 신록, 가을이면 붉게 타는 만산홍엽, 겨울에는 순백의 하얀 눈꽃이 만개한다.

삼대삼미(三大三美)의 고장이다. 세 가지가 크고 세 가지가 아름다운 땅이라는 의미다. 삼대는 지리산, 섬진강, 풍요로운 들판을, 삼미는 수려한 경관, 넘치는 곡식, 넉넉한 인심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구례를 대표하는 명소로는 화엄사, 연곡사, 사성암, 피아골계곡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번 여행 테마는 ‘장수’인 만큼 새로운 곳으로 눈을 돌려보자.

첫 방문 장소로는 ‘우리밀 가공 공장’이 최적이다. 우리밀을 살리기 위해 농민들이 모여 1992년 공장을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우리밀뿐만 아니라 팥국수, 찐빵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다만 25~30명이 함께 체험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 예약은 필수다. 1인당 7000~1만2000원만 내고 점심도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배를 채웠다면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압화박물관을 돌아보자. 압화는 꽃과 잎을 눌러서 말려 만든 그림이다. 일찌감치 영국, 프랑스 등에는 귀족들의 장식문화로 발달해 있다. 지난 2016년 개관해 국내외서 유일하게 압화를 전문으로 내세우고 있다. 야생화 표본과 압화 1500여점을 볼 수 있다. 약 5000원을 내고 압화다이어리와 열쇠고리, 손거울, 넥타이핀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가족 단위는 당일 신청으로도 가능하다.

다음 도시로 넘어가기 전에 섬진강 대나무 숲에 잠시 들르자. 지리산 노고단과 사성암이 보이는 섬진강 바로 옆에 아름다운 대나무 숲이 있다. 숲길은 평지의 길로 약 1Km로 조성돼 누구나 걷기에 좋은 힐링 코스다. 자전거를 빌려 둘러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따뜻한 자연 속 가족마을 ‘곡성군’=섬진강에서 차로 30분 이동하면 전남 곡성군이다. 섬진강과 보성강 줄기를 품은 청정지역이다. 지리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디맑은 물줄기는 마음까지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최근 방송을 통해 새롭게 알려진 명소 ‘건모마을’을 먼저 방문하면 좋다. 가수 김건모가 이곳을 방문하는 모습이 TV 예능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에 나왔다. 꾸미지 않은 곡성의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마을이다. 전국 토란 생산량의 70%를 만드는 곡성답게 건모마을에서 특산품인 토란을 체험할 수 있다. 토란 재배지를 탐방한 후 토란 캐기, 줄기 다듬기 등을 해보면 좋다.

건모마을 근처 천 년 고찰인 태안사가 있다. 입구에서 사찰까지 2km가량의 숲 속 오솔길을 걷다보면 자연스레 스트레스가 풀린다. 통일신라 때 지어진 이 절은 찾아오는 이가 드물고 고요해서 마음 닦는 수행자들의 안식처로 꼽힌다. 아쉽게도 찬란했던 옛 문화재는 전쟁으로 불타 없어지고 돌로 깎은 부도만 남아 전설을 말해주고 있다.

태안사를 가다 꼭 방문해야 할 곳이 바로 ‘조태일 시문학 기념관’이다. 매표소를 지나 태안사 길목 초입에 지형보다 낮게 지어진 작은 건물 세 채가 작은 연못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1999년 타계한 죽형 조태일 선생을 기리기 위해 2003년 곡성군에서 건립했다. 저항시인 조태일은 1941년 태안사에서 대처승의 아들로 태어났다. 기념관에서 1970년대 시퍼런 독재 정치권력에 대항해 식칼을 들이댔던 그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해질녘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곳, ‘가정녹색농촌체험마을’로 향하자. 저녁식사와 숙박, 다음날 아침식사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마을 주변에 천문대가 있기 때문에 해가 진 후 별자리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일찍 이곳에 도착했다면 과수원 체험부터 두부·인절미 만들기 등을 경험해보면 좋다. 집라인, 레일바이트, 래프팅, 서바이벌 등 실외활동도 즐길 수 있다.

▶무병장수 고을 ‘순창군’=맑은 물, 깊은 산, 고추장이 맛깔스런 전북 순창군은 ‘무병장수 고을’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연평균 13도의 기온, 안개일수 77일의 기후조건으로 발효식품인 순창고추장을 세계적인 명품으로 만들었다. 광활한 논과 낮은 구릉 등이 어우러져 있어 계절별로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려낸다. 장수라는 여행 코스 테마에 걸맞게 발효식품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고추장민속마을이다. 순창 지역의 전통고추장 명인들이 90년대 조성했다. 마을로 들어가면 고즈넉한 한옥에 장독대가 즐비하고 대롱대롱 매달린 메주 모습이 고풍스럽다.

마을을 둘러보면 현대식 3층 건물로 지어진 ‘순창 장류체험관’이 있다. 순창전통고추장을 직접 담가볼 수 있고, 고추장을 이용한 떡볶이, 밥버거 등 음식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1인당 1만4000원만 내면 된다. 발효소스토굴도 만나볼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토굴형 저장고다. 고추장, 된장, 와인 등이 이곳에서 익어간다. 장류별 발효과정을 VR(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는 미디어아트관, 트릭아트 등 다양한 전시와 체험도 경험할 수 있다.

▶느려서 행복한 슬로시티 ‘담양군’=전남 담양군은 ‘인문학 지역 특구’로 지정된 곳이다. 성산별곡, 면앙정가 등 가사 문학의 산실이며 식영정, 소쇄원 등 정자 문화를 돌아볼 수 있는 인문학적 자산이 풍부하다.

산산한 가을바람을 느끼며 걷기 위해 먼저 ‘창평슬로시티 한옥마을’로 떠나보자. 담양 창평면은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다. 돌담 사이로 백년이 넘은 고택과 오래된 옛집이 옹기종기 들어선 풍경을 볼 수 있다. 슬로시티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천천히 시간을 들여 만든 정성이 가득한 먹거리 ‘슬로푸드’를 시식할 수 있는 곳과 전통 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공방도 많다. 특히 ‘한과 만들기’ 프로그램은 1인당 5000만원만 내고 체험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다만 홈페이지를 통해 체험을 신청하고 방문해야 한다.

여행의 마무리는 역시 사진이 아닐까.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대로 기념사진을 남기려면 전통 정자와 정원이 멋스런 ‘명옥헌’을 둘러보자. 인조반정의 주인공 ‘명곡 오희도’를 기리기 위해 그의 넷째 아들인 오이정이 세운 정원이다. 시냇물이 내는 소리가 마치 구슬이 부딪히는 소리와 같다해서 ‘명옥헌’이다.

이곳에서 차로 약 30분 떨어진 ‘가로수길’도 사진 찍기 좋다. 영화와 드라마, CF의 촬영 단골장소로 지난 3월 BTS(방탄소년단) 멤버 RM이 방문해 외국인 관광객도 몰리고 있다. 연인이 손을 맞잡고 가로수길을 걷는다면 사랑은 한층 더 깊어지게 된다. 예쁜 카페도 많아 집으로 돌아가기 전 잠시 들러 쉬었다 가면 좋다.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