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시절 2년간 매달 영업 1등…원칙에 충실한 GA로 경쟁력 쌓아…창립 12년만에 중견기업 이끈 곽근호 에이플러스에셋 회장
경영현장은 생사를 다투는 전쟁터다. 어제까지 이겼을지라도 오늘 지면 하루아침에 죽은 목숨이다. 그렇기에 합법과 위법 사이에서 교묘하게 줄타기를 하고 때로는 일탈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곽근호 에이플러스에셋 회장은 전략은 독특하다.
“착해야 이긴다”
곽 회장의 전략에는 철학이 담겨 있다.
“중국 사상가 노자(老子)는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서 성긴 듯하나 놓치는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불법을 저지르고 잠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국 빠짐없이 걸러지기 마련이죠. 그렇다고 무능이나 나약한 게 착한 게 아닙니다. 지혜롭고 강인해야 착함을 펼칠 수 있고 결국엔 이런 경영이 최후에는 이긴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그가 쓴 책은 4권이다. 이 정도면 준작가 수준이다. 이 가운데 두 권이 ‘착함’에 관한 것이다. 그의 경영철학인 셈이다.
에이플러스에셋은 창립 12년 만에 직원 9000명, 당기순이익 156억원(2018년말)에 이르는 중견회사로 성장했다. 헬스케어, 상조, 부동산 컨설팅, 대출 판매, 요양서비스, 데이터 기술 등 계열사도 7개에 이른다.
보험 분야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13회차 계약 유지율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13회차 보험계약 유지율은 글로벌 보험만족지표로 통한다.
에이플러스에셋의 직전 1년간 13회차 유지율은 85.3%로 GA업계에서 가장 높을 뿐 아니라 대형 생보사보다 5%포인트 가량 높다. 이보다 더 힘든 25회차 유지율은 74.2%로 대형생보사보다 9%포인트 정도 높다.
또 다른 만족도 지표인 불완전판매율도 3000명 이상 대형 GA 중 가장 양호하다. 그의 경영 철학이 성과를 냈다고 볼 지점이다.
“GA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한 후 고객의 환경에 맞게 더 우선적이고 필요한 상품을 권해주는 게 원래 취지죠. 이런 원칙을 지킨 것이 높은 유지율의 비결입니다”
일본 대형 생보사 수준인 93%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그의 목표다.
곽근호 회장은 보험업계에서 흔치 않은 공대 출신 CEO(최고경영자)다.
“공대생이 삼성생명에 입사(1982년)하니까 의아하게 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사실은 내가 수학을 아주 잘했어요. 보험은 수학적 두뇌와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사회성이 필요한 업종이죠. 내 적성에 딱 맞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후회없는 선택이었죠”
삼성생명에서 25년간 근무하며 많은 기록을 세웠다. 송파 영업국장 시절에는 일명 ‘깃발맨’이었다. 당시에 실적 1등팀은 월례 조회 때 앞에 나가 깃발을 흔들었는데, 2년 연속 매달 1등을 했다.
영업을 직접 해봤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아이디어가 많은 CEO로도 유명하다. 직원들 상품 교육을 직접 챙기는 것도 이같은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은 의욕 때문이다.
현장 경험은 ‘오더메이드(Order Made·주문 제작)’ 상품개발로도 이어졌다. 대부분의 GA가 보험사가 개발한 상품을 그대로 가져다 판다면, 오더메이드는 필요한 상품을 출시하도록 판매자인 GA가 보험사에 의뢰하는 것이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 70여종의 오더메이드 상품을 출시했고 현재는 경쟁력을 인정받은 17종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경증치매보험도 우리가 제안한 상품입니다”
현재 에이플러스에셋에서 판매하고 있는 보험 상품 가운데 오더메이드 상품은 50%가 넘는다.
부유층 마케팅에도 남다른 일가견이 있다. 창업 하자마자 만든 것도 고액자산가를 타깃으로 한 WM(자산관리)본부다. 에이플러스에셋의 WM본부에는 현재 40명 가량의 인력이 있는데 이 가운데 70%가 CFP(Certificated Financial Planner·공인전문재무설계사) 자격 보유자들이다.
“자산가들은 전문가에게 상담 받고 싶어합니다. 세무사, 법무사 등을 CFP가 중간에서 연결해주고 고객의 상황에 맞게 복합 재무설계를 해주고 있습니다. 아직 제가 직접 챙기는 VIP 고객들만도 약 600명에 달합니다”
고령화 사회에 걸맞는 데이케어센터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에 추가 오픈하면 6개, 연말까지 10개를 열면 국내 주요 대도시에 거의 들어가는 셈이다. 장기적으로는 500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기업공개(IPO)는 그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다.
“상장은 창업 초 임직원들과 TFA(Total Financial Advisor·보험설계사)과 맺은 소중한 약속이죠. 현재 증시가 매우 나쁘지만 그래도 추진할 생각입니다”
현재 에이플러스에셋의 지분은 곽 회장이 23%, 사모펀드 20%, 직원 42%, 나머지는 고객 등이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 근무시절 회사의 성장에 실질적인 공을 세운 설계사들에게 단 한주의 지분도 배정되지 않는 것을 보고 내가 설립한 회사에서는 설계사들에게 지분을 배정하리라는 다짐을 했어요”
2017년 국내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일명 ‘진대제 펀드’)로부터 5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상장을 약속해 이같은 계획은 더욱 구체화됐다.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2011년부터 외부의 회계법인을 통해 회계감사를 받고 있고 모든 재무상태를 금융감독원에 공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상장의 필수요건인 증권선물위원회를 통해 지정 감사인(외부 감사를 위한 회계법인)을 배정 받아 투명한 회계관리체계를 구축했다. 지난해 6월 NH투자증권 및 IBK투자증권과 상장을 위한 주관증권사 계약을 체결했다. 지주 격인 에이플러스에셋을 상장하고 이후 계열사인 에이플러스라이프, 에이에이아이헬스케어 등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최근 저금리와 불경기 속에 업체 경쟁이 치열하고 특히 GA가 불완전판매의 온상이라는 시각도 많다. 곽 회장도 늘 이 점을 경계하고 있다.
“정보가 제한적일 때는 푸시마케팅(적극적으로 권유하는 마케팅)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통하지 않아요. 고객을 속일래야 속일수도 없어요. 철저히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보험상품을 비교 판매하는 영업문화를 구축해나간다면 GA를 소비자들이 더 선호하게 될 것입니다”
‘착한 경영’이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넘어 신뢰받는 GA로 지속성장 할 유일한 길이란 믿음이 확고하다.
“GA업계 내에서도 (소비자 편에선) 조직과 문화의 실현 여부에 따라 차별화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나아가 우량 GA가 보험계약체결을 중개할 수 있는 ‘보험판매전문회사’로까지 전환할 수 있다면 이같은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는 곳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희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