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방한중 美신문 '볼턴 교체설' 보도

-현실화 된다면 한일 방문 일정 무의미

-24일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 방문

-한일문제, 호르무즈 파병 등 현안 논의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22일 도쿄에서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연합]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22일 도쿄에서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24일 청와대, 국방부, 외교부 방문 일정을 앞두고 미국 현지에서 ‘볼턴 교체설’이 불거져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23일(현지시간) ‘슈퍼 매파’인 볼턴 보좌관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만이 극심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경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볼턴 보좌관은 교체설에도 불구하고 한국 일정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볼턴은 한국에 입국한 지난 23일 트위터를 통해 "서울에 이렇게 빨리 다시 오게 돼 아주 좋다”면서 "인도-태평양 안보와 번영에 매우 필수적인 우리의 중요한 동맹국의 지도부와 생산적인 만남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지난 3월 NSC 보좌관 취임 후 첫 단독 방한이다. 지난달 말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해 방한했지만, 판문점 회동에 동행하지 않고 몽골로 직행해 의문을 샀다.

미국 내 '지일파'로 알려진 그는 앞서 일본을 방문해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 고노 다로 외무상 등을 만났다. 방일 당시 그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은 이번 한국 방문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한일 간 경제갈등,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여부, 중국 및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 영공침범, 중동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체 구성,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8월 한미연합훈련 명칭 및 전작권 전환 검증, 북한 비핵화 실무협상 등의 주요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볼턴의 교체가 현실화된다면 이러한 주요 논의를 위해 우리 정부가 공들인 결과가 모두 물거품이 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볼턴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투톱’으로 꼽힌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추구한다면, 볼턴은 적성국들에 대한 초강경 노선을 추구하는 ‘슈퍼 매파’로 분류된다.

볼턴 보좌관이 실제로 교체된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노선 기조에도 영향을 줘 폼페이오 국무장관 위주의 유연한 대북노선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볼턴의 후임으로 전직 육군 대령 더글러스 맥그리거, 리키 와델 전 NSC 부보좌관 등이 후임자 후보군을 거론되고 있다.

맥그리거는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보는 폭스뉴스의 객원 출연자로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시리아 개입에 회의적 입장을 보이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시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NSC 보좌관 시절 부보좌관을 지낸 와델은 볼턴과 외교정책 주도권을 놓고 경쟁 관계에 있는 폼페이오 장관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델은 미국의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로, 폼페이오 장관과 동문이라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만약 와델이 NSC 보좌관을 맡게 되면, 전날 임명된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과 함께 미국의 외교안보를 책임지는 ‘톱3’가 모두 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로 채워지는 셈이 된다.

한 전직 백악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용인술을 아는 사람이라면 볼턴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며 “다만 남은 시간이 몇 주일지 아니면 몇 달인 지가 불확실한 뿐”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전직 백악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에 대해 넌덜머리가 난 상황”이라며 “대통령은 다른 카드들을 진지하게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다른 전직 행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이 그만두길 원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놀랄 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미국의 적성국들에 대한 볼턴 보좌관의 공격적 접근이 트럼프 대통령을 당혹스럽게 만들어왔다고 전했다.

앞서 볼턴 보좌관은 베네수엘라나 이란 관련 대응 과정에서 초강경 노선을 주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점에 대해 불만을 가져왔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대북 대응을 놓고도 트럼프 대통령과 불협화음을 공개적으로 노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말 일본 국빈 방문 당시 북한의 두 차례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볼턴 보좌관의 언급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정할 경우, 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중단하고 대북 강경 대응으로 태세를 전환해야 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주도하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볼턴의 강경한 대북 입장에 심기가 불편했을 수 있다.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수행 중이던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당시 현장에 있지 않고 몽골로 직행한 것도 볼턴의 교체설을 뒷받침한다. 당시 볼턴이 판문점 회동에 빠지게 되면서 대북 의사 결정라인에서 볼턴이 배제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또한 북미정상의 극적인 판문점 회동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핵 동결에 초점을 맞춘 협상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볼턴 보좌관이 “NSC 내에서 논의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는 격한 반응을 보였는데, 이 또한 볼턴의 교체설의 전조로 여겨지고 있다.

볼턴 교체설은 백악관 내부 갈등과도 무관치 않다고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과 볼턴 보좌관이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사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 측근은 “멀베이니 비서실장이 볼턴 경질에 관심이 많다. 그것은 추측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만약 볼턴이 경질되지 않는다면, 이는 트럼프 행정부 내 역할분담론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슈퍼 매파’인 볼턴의 ‘배드 캅’ 역할로 인해 트럼프가 ‘굿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