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유재명은 인터뷰 내내 진중한 태도로, 느리지만 진지한 답변을 내놨다. 농담을 섞은 가벼운 질문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펜을 들고 질문을 적으며 답변을 정리하는 모습은 그의 성격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어려운 캐릭터를 만났을 때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핵심을 찌르는 뚝심은 그런 그와 어울리는 방식이었다. 유재명은 ‘비스트’에서 겉은 차갑지만 내면에는 들끓는 욕망을 가진 형사 민태가 괴물이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 민태는 쉬운 인물이 아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어땠나?“시나리오를 볼 때 처음에는 재미를 느끼고 그 다음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이 작품을 봤을 때 세계관을 알겠지만 깊이감은 파악하기가 힘들더라. 하지만 그런 막연한 느낌이 매력적이었다. 너무 선명하고,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얻는 긴장감이 있었다.” ▲ 민태의 전사나 설명이 많이 빠져있다. 고민은 없었나? “촬영을 하면서도 고민을 했다. 감독님과 이야기 끝에 도달한 것은 ‘민태는 민태다’다. 그의 전사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 아내가 있거나 다른 사연이 있다고 해서 더 디테일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민태만의 성격적 결함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과정을 겪었다.”
▲ 표현을 억누르는 캐릭터다. 연기를 하는 데 더욱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표현을 하지 못 할 때는 힘들다. 감당하지 못 할 디테일을 받았을 때도 고민이 된다. 그래서 여러 자리에서 감독님, 동료들과 논쟁을 하고 토론을 했다. 서로의 주장을 밝히고 수용을 했다. 또 오기가 발동해 표현을 해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클라이맥스에서 이성민은 실핏줄이 터질 만큼 몰입했다. 현장에서의 긴장도 컸을 것 같다. “이성민 선배가 너무 처절한 모습이었고, 나는 또 거기에 총을 겨누지 않나. 동시에 연민,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넣어야 했다. 그걸 어떻게 말로 설명을 하겠나. 이성민 선배가 연기로 보여주셨기 때문에 내 리액션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너무 감사했다.”▲ 최근 작품 수도 많고, 역할도 커지고 있다. 고민은 없나?“주어진 역할을 깔끔하게 하고 빠지기 보다는 끝까지 책임질 것이 생기면서 그런 생각을 다 한다. 떨리더라도 해 내야 하는 게 주어졌다. 내 목소리나 얼굴은 같지만 내가 선택한 연기적인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새로움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다 잘 못하면 여지없이 혼이 날 것 같다.”
▲ 그런 고민이나 부담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나?“비우려고 애를 많이 쓴다. 환기를 시키면서 가진 것을 잘 비우고 새로운 것을 채우고 싶은데 잘 되지는 않는다.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것을 해서 환기할 필요가 있다.” ▲ 인지도가 커지면서 생긴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면?“유명세를 얻고 좋은 작품을 많이 읽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상업 영화든, 저예산, 독립 영화든 각각의 이야기를 가진 좋은 작품들이 많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감사하다. 잘 선택하는 것이 내 몫이 됐기 때문에 잘 하고 싶다.” ▲ 유재명을 존경하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20살 때 연극을 만나 47살이 됐다. 평생 소극장에서 연극만 할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영상 일을 하고 지금까지 왔다. 참 산다는 게 이상한 일들의 연속이고, 여전히 그 과정인 것 같다. 비결은 없지만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후배가 좋다고 하면 고마우면서도 용기를 주고 싶다. 나도 했기 때문에 누구나 가능하다고 말을 해주고 싶다. 작품을 많이 하고, 술 많이 먹지 말라는 조언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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