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대사 등 연사로 참석 -74개 단체가 마련한 부스들 눈길 -종교단체 반대집회…올해도 계속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ㆍ김민지ㆍ박상현 인턴기자]“사라져야 할 것은 혐오입니다!”, “와아”, “우리 다함께 용기를 냅시다!”, “우와아”.

무대에 선 연사들의 구호 한마디에 큰 환호성이 쏟아졌다. 연사들은 여기에 힘을 받은듯 더 크게 구호를 쏟아냈다. 이어지는 환호성도 더욱 커졌다. 곳곳에선 박수갈채도 쏟아졌다. 감격을 받은듯 손수건과 소매로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도 보였다. 31일 서울 핑크닷 행사가 진행된 서울광장 무대 앞에서 목격한 단상이다.

“평등을 향한 도전” 올해로 20회를 맞는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지난달 31일 시작됐다. 지난달 31일에는 점등식과 다양한 콘서트를 진행하는 ‘서울 핑크닷’행사가 진행됐고, 이달 1일에는 퀴어페스티벌의 ‘백미’로 불리는 퍼레이드까지 열렸다.

행사가 진행된 서울광장은 무대와 그 나머지 부분으로 나뉘었다. 무대에서는 각종 연사들의 축하말씀과 공연이 진행됐고, 그 나머지 부분 잔디밭에서는 국내외에서 모여든 74개 단체들이 마련한 부스가 설치됐다. 각 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해외 주요국가의 대사관, 구글코리아 등 기업들과 정의당, 녹색당 등 정당들도 부스를 꾸렸다. 민주노총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서울퀴어문화축제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강명진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성소수자가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며 “축제에 반발심을 갖는 분도 있 지만 모든 사람이 조화를 이루고 함께 사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 등 연사들의 축하가 이어졌다. 연단에 선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저도 동성 연인과 결혼을 했다”면서 축사를 했다.

31일 열린 서울핑크닷 행사는 드랙 아티스트 ‘월드드랙(크로스 드레싱의 일종)’ 등 아티스트들이 출연해 전야제 형식의 공연을 벌였다. 참가자들은 무대에서 벌어지는 공연에 환호성을 보냈다. 혼자 온 사람, 둘이 온 사람, 여럿이 그룹지어 원을 만들어 점프하며 음악을 즐기는 사람 등 참가자의 모습은 제가각각이었다.

복장도 다양했다. 무지개색 망토를 두른 사람, 핑크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 여장을 한 남성의 모습도 보였다.

영등포에서 왔다는 학부모 이모(53) 씨는 “소셜미디어(SNS)에서 핑크닷 소식을 듣고 오게 됐다”면서 “최근 학부모들이 퀴어축제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그래서 더욱 오게됐다. 그런데 실제로 와보니까 뭐가 유해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제모(27) 씨는 “직접 와보니까 너무 신나고 핫하다”면서 “다양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신나게 즐기고 싶어 이날 찾아왔다”고 했다. 직장인 이모(27) 씨도 “지인이 퀴어라 오게됐다. 퀴어를 지지하고 친구가 부스를 맡고 있기도 하다”면서 퀴어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오후 9시께에는 점등식이 열렸다. 점등식은 저마다 핑크색 빛을 내는 촛불과 전등을 들고서 진행하는 행사다. 무대에 선 연사가 “핑크봉을 꺼내달라”고 소리를 외치자, 광장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모두 잔디광장으로 모였다. 연사는 “핑크봉을 꺼내달라. 우리 모두 함께 켜겠다”고 말했다.

이에 사람들이 손에 들고 있던 핑크봉을 점등한다. 광장에서는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ㆍ이렇게 태어났다)’가 흘러나왔고, 사회자는 ”춤추세요! 우리는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이튿날인 1일 오후 4시부터는 퀴어페스티벌의 메인이벤트인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이 모두 모여 서울광장을 출발해 소공동과 을지로입구역, 종각역을 지나 광화문 앞까지 간 뒤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총 4.5㎞에 걸쳐 행진을 진행하는 행사다.

이날도 모터바이크 부대인 ‘레인보우 라이더스’를 필두로 여러 성소수자·인권단체와 참가자들이 각양각색 의상을 입고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에이즈 혐오 끝장내자’ 등 구호를 외쳤다.

무지개 깃발을 들고 등장한 한 참가자는 “무지개색 대형 깃발의 의미는 우리는 여기에 있다는 뜻”이라며 “세상 어디든 학교든, 내 옆자리든, 친구든 동료든 누구든지 간에 성소수자일 수 있따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했다.

한편 퀴어페스티벌이 진행되는 동안, 서울광장 인근에서는 종교단체들의 반대집회도 동시에 열렸다.

온세상경배찬양단을 총괄하는 강모(50) 목사는 “시청에서 2015년부터 퀴어축제를 했는데, 저희도 2015년부터 5년째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기독교인이라 성경적인 것도 있지만 의학적으로도 에이즈 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선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아울러 “종교단체들의 요점은 동성애를 합법화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본인 성적 취향까지는 어쩔 수가 없다는 거 안다. 근데 퍼레이드 등 너무 퀴어를 드러내는 모습들에 대해선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고 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오는 9일까지 진행된다. 현재 서울핑크닷과 각종 강연회, 퍼레이드 행사는 종료된 가운데, 오는 9일까지는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대한극장에서 한국퀴어영화제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