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선비준 후입법” vs 경영계 “기업부담 커져 반대” 안갯 속 국회…“비준에 정부가 보다 주도적인 역할 해야”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하는 국내외적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16일 고용노동부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따르면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와 관련해 논의를 이어온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지난 9개월여간 42차례에 걸쳐 협의를 이어갔으나, 노사 간의 이견 차만 확인하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경사노위는 20일까지 운영위원회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이후 대표자급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경영계는 비준의 전제조건으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제도 개선,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등 이른바 5가지 ‘사업주의 방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 15일 주한 EU 대사단을 초청한 자리에서 “한국의 대립적·투쟁적 노사관계와 제도·관행의 개선 없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게 된다면 기업들의 노사관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경영계가 제시하고 있는 ‘사업주의 방어권’은 ILO 핵심협약 비준에 위배되고, 노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노조 공격권’에 다름아니다고 비판하며 조건없는 비준이 이뤄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간 이견차가 극심하고, 파행 중인 국회에서의 논의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6월 10일 ILO 설립 100주년 기념총회에 기조연설자로 공식 초청되고, EU가 한-EU FTA 협정 위반을 주장하며 분쟁해결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교수·연구자 652명이 협약비준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국내외적인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명박 정부때 체결된 FTA 협정에 근거해 EU가 우리나라의 핵심협약 비준 문제로 분쟁해결 절차를 시작해 마지막 단계까지 온 상황이라 비준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선 비준 후 입법’ 방식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을 먼저 처리한 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는 ‘선 입법 후 비준’ 방식을 고수하는 모양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핵심협약은 사회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서 (국회가) 비준동의안을 먼저 처리하고 거기에 맞춰 법을 개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상황으로 볼 때,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국회의 논의 역시 녹록지 않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환노위는 현재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탄력근로제 확대 등에 야여간 접점을 찾지못하고 있는데 ILO 핵심협약 문제가 사회적 합의 없이 넘어올 경우, 국회에서의 합의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학용 환노위원장은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국내 노동관계법 개정 논의와 관련해 “환노위에서 당분간 정식의제로 삼기 어렵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게다가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여야 간 극한 대립상황에서 국회 내 논의 자체가 시작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dew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