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주한 EU대사단 오찬간담회…경영계 우려 전달 - 관련 분쟁 패소 가능성에도 “기업 부담 완화가 먼저” - 경직된 노사관계ㆍ산업 경쟁력 약화가 최대 걸림돌 - 손경식 회장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 등 필요”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단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이 한국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ㆍEU 간 노동조항 관련 분쟁 패소 가능성에도 사회적 대화가 먼저라는 경영계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단을 초청해 “산별노조 체제인 유럽과 달리 한국은 기업별 노조 중심 체제라는 특수성이 있다”며 “ILO 핵심 협약 비준 추진에 앞서 노사관계와 제도ㆍ관행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앞서 EU는 한국이 한ㆍEU FTA에 규정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지난해 12월 분쟁 해결 절차를 시작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 제도ㆍ관행 개선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ILO 핵심협약 비준을 논의했다. 지난달엔 공익위원을 통해 권고안을 제시했지만 경영계 반발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기업 환경을 저해하는 노사관계와 산적한 대외변수가 ILO 핵심협약 비준의 첫 걸림돌로 지목된다.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과 대체근로 금지 규정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현재 경영에 부담이 큰 기업들이 노사정 합의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논리다.
실제 주력산업 성장세는 둔화하는 가운데 산업 경쟁력은 약화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11년 80.5%였던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72.9%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 재고지수는 89.0%에서 114.2%로 급증했다.
외부의 자금지원 없이 통상적인 방법으로 경영 정상화가 어려운, 즉 회생 가능성이 없는 ‘한계기업’은 2010년 2400개 업체에서 2017년 3112개 업체로 늘었다. 수출이 주력산업인 제조업의 임금 수준은 경쟁국에 비해 높지만 노동 생산성은 주요 경쟁국에 비해 낮은 탓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임금기준은 1.39배로 조사됐다. 미국(0.77배)은 물론 일본(1.07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자동차산업협회가 조사한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의 매출액 대비 직접 인건비 비중은 12.3%로, 일본 도요타(5.9%)와 독일 폭스바겐(9.9%)보다 높았다.
대립적이고 투쟁적인 노사관계가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꾸준한 이유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한국은 140개국 가운데 노사간 협력 순위에서 124위를 차지했다. 임금결정 유연성(63위)과 노동시장(48위) 등도 선진국과 대비됐다.
손 회장은 “어려운 경제상황과 노동규제 강화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계속 약화하고 있다”며 “탄력근로제에 대한 노사정 합의와 같이 단계적으로 작은 합의하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991년 12월 152번째로 ILO에 가입한 한국은 현재 ILO 핵심협약 중 아동근로금지와 차별금지를 제외한 결사의 자유 및 강제근로금지 협약을 비준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사관계 분야의 법제도 시스템이 경직돼 기업인들은 부당노동행위라는 명목으로 행정적 제재와 처벌 등 이중 잣대에 놓여 있다”며 “ILO 핵심협약 비준에 앞서 파업시 대체근로 금지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 등을 폐지해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and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