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장개방 경쟁력 강화” 운용사 “외국사 안방 차지” 반발
국내 자산운용사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정부가 추진하는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사업이 지지부진한 형국이다. 국회 법안 처리가 난항을 겪는데다 정작 당사자인 자산운용사마저 부정적이다. 업계에선 섣부른 펀드 대외개방이 국내 운용사에 타격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0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컨퍼런스’에서 “펀드 패스포트는 우리 펀드산업에 큰 기회”라며 “자산운용업계는 우수한 역외 패스포트 펀드와의 경쟁 속에서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는 국가 간의 ‘펀드 판매장벽’을 허물고 공모펀드를 보다 쉽게 교차판매하도록 만든 제도다. 우리나라를 비롯, 호주, 일본, 뉴질랜드, 태국 등 5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제도가 시행되면 국내 펀드는 호주, 일본 등 다른 회원국에서 간단한 등록절차를 거쳐 판매될 수 있다. 외국 펀드의 국내 진출 역시 아주 쉬워진다.
금융당국은 국내 투자자들의 펀드 선택권과 자산운용사의 해외진출 확대를 기대하며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 운용사의 경쟁력이다. 호주 맥쿼리, 일본 노무라 등 외국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면 오히려 국내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자산운용사의 임원은 “국내 업계의 경쟁력이 다른 회원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제도 도입을 적극 찬성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사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부터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호주는 2017년 기준 GDP 대비 공모펀드 순자산 비중이 147%로 아시아 권역 내에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나머지 회원국들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일본은 10년간(2008~2017년) GDP 대비 공모펀드 순자산 비중이 225% 상승했다. 뉴질랜드와 태국도 각각 259%, 12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은 회원국 5개국 중 가장 낮은 43%에 그치고 있다. 공모펀드 시장 자체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운용사와도 경쟁해야 하는 셈이다.
이날 연사로 참석한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국가 간 편차가 큰 점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며 “호주처럼 펀드시장이 발달한 나라로부터 기술과 노하우를 빨리 갖고 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