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프로들을 후원하는 민간 골프장은 많다. 하지만 군 골프장(정확히는 체력단련장)은 태생적으로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4월 21일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첫 승을 올린 이승연(21)은 가성비 갑(작은 키에 장타), 2부투어 역경 극복 스토리로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우승에는 군 골프장의 보이지 않은 배려가 큰 도움이 됐다. 이승연은 마일스톤아카데미(원장 최완욱) 소속이다. 그리고 이 아카데미는 남수원CC 내 연습장에 위치해 있다. 그렇다 보니, 아카데미에서 체력 및 스윙 훈련을 하다가 골프장의 배려로 여건이 허락되면 필드로 나가 감을 익혀왔다. 남수원CC의 하성룡 대표(58, 공사 32기, 예비역 공군 준장)는 “국방부 예하 국군복지단이 운영하는 4개의 골프장 중 주니어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곳은 남수원CC밖에 없다. 설립 취지에 맞게 충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군의 체력단련장도 공익시설이고, 여건이 허락하는 한 주니어 육성 등에는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니어 시절부터 남수원CC에서 운동을 해 1부투어 우승을 달성한 이승연 선수가 아주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남수원CC 곳곳에는 이승연 프로의 우승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쯤 되면 한국의 군 골프장 현황이 궁금해진다. 일반 골프장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까닭에 인기가 높지만, 군체력단련시설로 본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일반인의 부킹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 속살이 외부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마침 하성룡 대표는 군내부에서 첫 손에 꼽히는 골프전문가다. 2015년 11월 전역한 후 그는 1년 동안 안용태 회장이 이끄는 골프컨설팅 전문기업 GMI에서 공부해 골프전문경영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준비를 착실히 한 것이다. 이어 2016년 11월 임기 3년의 남수원CC 대표로 취임했고, 1년 동안 우수한 경영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2017년 11월 국군복지단 직영 골프장 4곳의 대표를 새로 뽑게 되면서 사표를 내야 했다. 억울했던 하 대표는 다시 지원서를 냈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4개 골프장 중 유일하게 전 대표가 다시 발탁되는 기염을 토했다. 전문성을 인정 받았고, 임기도 원래보다 1년이 늘어난 셈이 됐다.
■ 한국의 군 골프장한국의 군 골프장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국방부가 국군복지단을 통해 직영하는 4개 골프장과 각 군이 별도로 운영하는 골프장이 20여 개가 있다(국군복지포털 기준). 공식적으로는 골프장 대신 체력단련장이라는 표현을 쓴다. 태릉, 동여주, 처인, 남수원, 이렇게 4개의 직영골프장은 시설이 일반 골프장 못지않게 좋다. 부킹이 어려워서 그렇지 일반인들도 출입이 가능하다. 80%는 현역 및 예비역 군인들에게 배정되고, 나머지 20%만 일반에게 배정된다(당연히 부킹은 광클릭으로도 장담하기 어렵다). 국방부 내부적으로 태릉은 육사, 동여주는 해사, 처인은 비육사, 남수원은 공사 출신들이 대표를 맡게 돼 있다(임기 3년). 이 4개 골프장은 모두 수도권에 위치했다.전국에 퍼져 있는 각 군 골프장은 공군이 13개로 가장 많다. 육군과 해군이 5개씩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군부대 내에 위치해 있는데 공군이 많은 것은 아래에 설명되는 공군의 특성 때문이다.
■ 육해공 골프실력은?육군과 해군에 비해 공군의 골프장이 많은 것은 사실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군비행장은 소음 공간확보 등의 이유로 민간인 밀집지역에서 멀리 설치된다. 조종사들은 비상대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비행장 근처에 소규모 골프코스를 만들어 골프를 권장하는 것이 관례로 돼 있다. 이에 대해 하성룡 대표는 “맞다. 골프에 관한 한 공군이 좀 유리한 측면이 있다. 군 비행장 인근에는 대부분 9홀 규모의 골프장이 있다. 군을 잘 아는 고 김종필 총리가 그렇게 지시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렇다 보니 골프도 공군은 좀 일찍 시작한다. 육군은 보통 중령은 돼야 골프장에 출입하는데 공군은 중위 때부터 골프채를 잡는다”고 설명했다. 그럼 골프실력은 어떨까? 정확한 데이터가 없지만 하 대표의 설명은 제법 설득력이 있다. “공군이 (골프를)일찍 시작한 까닭에 전체적인 수준은 공군이 높다. 하지만 진짜 고수는 오히려 늦게 배우는 육군 쪽이 많다. 공군장교는 일찍 배우는 만큼 제대로 레슨을 받지 않아 기본기가 좋지 않다. 반면 늦게 시작하는 육군은 여건도 좋고 또 아주 체계적으로 골프에 입문한다. 여기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 군 골프의 미래이처럼 과거 테니스 탁구가 그랬듯이 군 골프도 저력이 상당하다. 군인 자녀들이 유명 프로골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 하성룡 대표는 군 골프의 역할론을 제시했다. “아직도 한국은 골프에 대한 삐뚤어진 시선이 남아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골프는 군이 권장하는 체력단련 종목이다. 군 자체에 골프장이 다수 있고, 또 골프전문 인력도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군생활 중 이인우 김위중 송영한(부친이 조종사) 등 프로들과 골프 전문가를 다수 만났다. 인사 및 조직관리가 뛰어난 군이 주니어 등 선수육성은 물론이고, 향후 골프장 경영 등에서도 좋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성룡 대표는 전역후 방위산업체에 가지 않고 골프업계를 택했다. 33년 군경력, 그리고 4년의 남수원CC 운영 노하우, 여기에 골프에 대한 열정으로 바탕으로 향후 한국 골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럼 예비역 장성에, 현역 군 골프장 대표의 골프실력은 어떨까? 하 대표의 베스트스코어는 남수원CC에서 기록한 5언더파이고, 다른 골프장에서는 2018년 계룡대에서 3언더파를 친 적이 있다. 공군 출신답게 폼은 엉성하지만, 실력만큼 빼어나다고. 거리에는 욕심이 없어 230m 정도를 정확하게 날린다. 이승연 프로의 경우도, 2017년만 해도 드라이버샷의 비거리가 자신과 비슷했는데 2018년부터 갑자기 거리가 늘어 250m 이상을 치는 것을 보고 우승을 먼저 예감했다고 한다. “이승연 프로는 집중력이 대단합니다. 앞으로 좋은 선수가 될 것이고, 향후 남수원CC가 제2, 제3의 이승연과 같은 좋은 선수를 배출할 수 있도록 주니어들에게 더욱 배려를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운동한 이승연 같은 경우 남수원CC는 고마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이승연은 우승 다음 날 남수원CC를 찾아 골프장 직원들에게 떡을 돌리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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