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법인에 재무적투자자 참여 주요 빅딜 주관사 맡을 가능성 SK 지배구조에도 변화 예상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법인에 미래에셋대우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면서 증권업계는 합병법인의 기업공개(IPO) 시점과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미래에셋대우가 SK그룹과의 돈독한 관계 형성으로 향후 주요 빅딜의 주관사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래에셋대우는 29일 공시를 통해 합병법인의 주식 3220만주를 3879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의 지분 규모는 8.02%로, SK텔레콤(74.4%)과 태광산업(16.8%)에 이어 3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합병법인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며 “향후 PEF 설립을 통해 여러 투자가들에게 공동 투자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의 ‘베팅’은 우선 합병법인의 IPO 가능성을 염두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미래에셋대우)를 유치한 만큼 이전과 마찬가지로 향후 5년 이내 상장 조건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관건은 5년 이내 IPO를 추진할 경우 시장에서 받게 될 밸류에이션이다. 지난해 결산 기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지배기업귀속 당기순이익의 합산액은 약 2193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현재 미디어 업계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30배를 곱해 상장 시 받게 될 대략의 시가총액을 계산하면 약 6조5780억원 수준이 된다. 미래에셋대우 측의 지분가치 역시 5000억원대로 25%가량의 투자수익률을 낼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미디어 업종의 PER은 최근 몸값이 치솟은 엔터주 등이 섞여 있어 과장된 측면이 크다. 실제로 LG유플러스 인수가 결정된 CJ헬로의 PER은 17배 수준이다. 이를 적용할 경우 SK브로드밴드의 상장 시 시가총액은 3조3000억원, 미래에셋대우의 지분가치는 2600억원대로 오히려 큰 폭의 손해를 볼 수 있다. 합병 이후 SK브로드밴드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돼 당기순이익이 크게 증가하고 유료방송에 대한 시장 평가가 보다 높아져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이같은 우려 때문에 IB업계에선 합병법인이 밸류에이션 하락 등으로 IPO에 실패할 경우 SK텔레콤이 미래에셋대우 측의 지분을 대출금리 수준의 수익률로 되사주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향후 지배구조의 변화도 예상된다. SK그룹이 SK텔레콤을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주)SK와 합병할 경우 합병 법인이 (주)SK의 자회사가 된다. 이 경우 약 8500억원 수준의 연간 영업현금흐름을 가진 합병 SK브로드밴드가 SK하이닉스에 이어 새로운 그룹의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등 SK그룹의 빅딜이 잦은 만큼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대우의 수혜도 예상된다.

앞서 대어급으로 평가되던 SK바이오팜의 상장 주관사가 되기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졌으나 SK는 SK바이오팜의 대표 주관사로 NH투자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했다. 이외에도 SK매직을 비롯해 SK실트론, SK인천석유화학 등의 IPO가 거론된다. 모두 수조원대에 육박하는 대어급이다. SK바이오팜을 놓친 미래에셋대우로선 이번 SK그룹과의 돈독한 관계 형성이 향후 이익을 담보해주는 셈이다.

다만, 현행 규정상 증권사는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IPO는 주관할 수 없기 때문에 미래에셋대우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법인 IPO에 주관사로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호연ㆍ김현일 기자/jo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