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민간 금융권 공급액 9481억원 작년 상반기 누적 규모 4조5000억으로 정책상품 ‘사잇돌’ 포함땐 6조6000억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초반 저축銀 적극적…시중銀도 가세 금융이력 부족 ‘신 파일러’ 올 키워드 포용적 금융과 생산적 금융은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성을 집약하는 두 키워드다. 특히 포용적 금융은 그간 금융사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했던 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대명제를 깔고있다. 중금리대출은 핵심 상품이다. 중간 수준의 신용도와 리스크를 지닌 소비자들에게 적정한 수준의 금리(6~18% 수준)로 대출을 내준다는 개념이다. 3~4년 전까지 금융권에서 중금리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다. 당시만해도 신용도에 따라 매겨지는 대출금리는 ‘모 아니면 도’였기 때문이다. 소득이 많고 직장이 탄탄한 고신용자들에게 5%를 밑도는 저금리 대출이 집중됐다. 증ㆍ저신용자들은 최소 20%가 넘는 고금리로 미끄러졌다. 이른바 ‘금리 단절화’가 일반적이었다.

금융당국은 2016년에 들어서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금융사에 중금리대출을 독려했다. 그러면서 은행, 저축은행, 여전사 등은 업권을 가리지 않고 비어있던 중금리 영역에 진출했다.

▶중금리 대출액 급성장…2년만에 5배 = 중금리대출 상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된 뒤로 3년여간 공급규모는 꾸준히 늘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민간 금융권에서 공급한 중금리대출 규모는 9481억원이었는데, 이듬해에 2조7812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민간에서의 누적 중금리대출 공급규모는 4조5000억원 수준이다. 2016년과 견주면 5배 가까이 불어났다. 정책 중금리상품인 ‘사잇돌 대출’을 실적을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6조6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전체 개인신용대출 시장에서 중금리 차주 비중도 증가했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 통계를 보면 금융권 중금리대출 비중은 46.2%(2016년 1월)에서 지난해 말 50% 수준으로 올랐다.

▶‘시장’ 넓인 저축은행=고금리 챙기는 금융사라는 인식을 받던 저축은행들은 중금리대출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저축은행들은 중ㆍ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심사를 벌이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금리대출 상품을 만들어 내놨다.

2017년 들어서 주요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실적이 5~30%씩 떨어졌다. 당국이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증가율 상한(5% 수준) 규제를 시작하면서다. 당국은 작년 10월 저축은행이 출시한 중금리대출은 가계대출 총량규제 대상에서 뺐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 실적은 중금리대출 영업에 달렸다고 볼 정도”라고 했다.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수익’높인 시중은행=시중은행의 지난 3년여간 역할도 돋보인다. 처음 시중은행들이 당국으로부터 중금리대출 확대를 요청받자 “현실화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중금리대출을 위한 신용평가체계(CSS)를 갖추지 못했고, 연체 리스크를 떠안는 것도 부담이 되리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 3년여간 시중은행들은 이자율 6~10%짜리 대출을 늘리며 중금리대출 확대에 기여했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주요 시중은행(KB국민ㆍ우리ㆍ신한ㆍKEB하나ㆍNH농협ㆍ기업)의 ‘신용대출 금리구간별 취급 비중’ 통계를 보면 변화를 살필 수 있다. 금리가 6% 이상~10% 미만인 대출 비중은 2017년 말 68.7%였으나, 지난해 말 79.2%까지 올랐다.

인터넷은행들도 중금리대출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특히 케이뱅크의 실적이 돋보인다. 지난해 개인신용대출 전체 실적 가운데 중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4~44% 정도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 카카오뱅크도 CSS 개선 작업을 벌여 하반기부터는 중금리대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화두는 ‘신 파일러’ = 올해 금융권의 화두가 될 키워드는 ‘신 파일러(Thin filer)’다.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이용한 이력이 없는 사회초년생, 학생, 주부 등 금융이력부족자를 일컫는다.

금융감독원은 신 파일러를 1303만명으로 추산한다. 현재 은행들이 주로 활용하는 신용평가체계는 돈 빌리는 사람의 ‘금융이력’을 중심으로 신용등급을 판정한다. 이 때문에 신파일러들은 충분히 제때 상환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위등급에 묶인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신파일러의 93%가 4~6등급에 몰려있다.

금감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5대 은행(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농협)에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신용등급 재평가 절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휴대폰 소액결제 내역, 온라인 쇼핑몰 거래내역, 통신비 납부 내역 같은 데이터로 신용도를 따지는 것이다.

박준규 기자/


n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