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새벽 ‘알바’…낮에도 투잡 뛰어야 가족 건사해” -“일반인 택배알바…건당 배달비, 왜 계속 줄어드나요”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 새벽 택배기사 김모(41) 씨의 하루는 새벽 12시 30분 물류센터에서 시작한다. 물류센터에 차를 주차하고 택배로 배달할 물건들을 받아 분류하고 바코드를 찍어 차에 싣고나면 어느새 시간은 새벽 2시가 가까워온다. 물류창고에서 배송지로 이동하는 데 또 2시간이 걸린다. 40개 남짓한 택배 물건들을 두시간여 배달하고 나면 어느새 아침 6시다. 밤부터 아침까지 5시간 넘게 일했지만 김 씨가 받는 돈은 택배 건당 1400원이다. 창고에서 물건을 분류하는 시간, 배송지로 이동하는 시간은 건당 배달료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씨가 하루 야간작업으로 버는 돈은 시간당 1만원선,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현관문을 열어보면 도착해 있는 새벽 택배 속에는 밤새워 일하는 택배 기사들의 그림자 노동이 숨어있다. 건당 배달비를 받으며 새벽시간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택배기사들은 대부분 외주로 채용된 아르바이트생들이다. 건당 배달비를 받는 구조 탓에 택배를 분류하고 나르는 노동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한다.

식료품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 1년새 40배 가까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성장하는 업계와 달리 배달 기사들의 처우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새롭게 열린 배송 시장은 대부분 외주 일자리로 채워진다. 초창기 높게 책정됐던 배송 건당 단가도 점차 떨어지며 일자리의 질도 하락하고 있다.

4일 만난 새벽 배송 기사들은 자신들을 ‘새배(새벽배송) 알바’라고 불렀다. 새벽배송 기사를 ‘직접고용’한 쿠팡 등은 야간수당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새벽 배송 기사들은 담당팀 근무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타업체에서 낮동안 택배일을 하는 투잡족인 경우도 허다하다. 새벽 일을 하고 곧바로 낮배송에 들어가는 택배기사 중에는 건강상 문제를 겪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때 새벽배송에 나서며 투잡을 뛰었던 택배기사 김모(38) 씨는 “새벽 3시에 배달 출발해서 3시간 동안 40개 못되는 가구에 배송하면서 주말 끼고 일해도 매달 쥐는 돈은 300만원이 안 됐다”며 “네식구가 먹고 살려다보니 새벽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낮엔 다른 업체 택배를 본직으로 이중생활을 했다. 돈은 만질수 있었지만 몸이 못 버텨 새벽일은 그만뒀다”고 했다. 그는 “택배 기사들이 떼돈을 번다면서 ‘힘들어도 참으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죽기 일보직전까지 일했을 때나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규직인 쿠팡맨이 아닌 일반인이 자가용을 통해 배송하는 ‘쿠팡플렉서’는 최근 배달 건당 단가가 떨어져 택배 기사들의 수입이 뚝 떨어졌다. 지원자가 몰리며 초창기보다 처우가 악화돼 기사들 사이에선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초 ‘쿠팡 플렉스’에 뛰어든 H(38) 씨 역시 새벽잠을 버려가며 시작한 ‘투잡’ 생활을 그만둘까 고민 중이다. H씨 같은 플렉서들은 지역별로 개설된 물류캠프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수시로 채용을 기다린다. 본사 담당자가 모집에 나서는데, 신청자가 몰리면서 단가는 계속해서 하락세다.

그는 “처음엔 일이 힘들어도 보수가 괜찮아서 분유 값 번다는 생각으로 나왔는데 지원자가 많아지면서 건당 1000원도 못받는다. 최저시급에도 못미치는 날도 있다”며 “택배기사로 일해보니 ‘우리는 역시 배달의 민족’이라며 감탄하는 얘길 들을 때 웃어야할지 웃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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